
영세 민박업주 생활고 시달려
손님 급감 음식점 폐업도 속출
새로운 관광콘텐츠 개발 시급
“4~5년 전만 해도 관광객 발길이 끊이지 않았는데….”
지난 17일 오전 강릉 정동진. 주말임에도 정동진역 주변 및 인근 상가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마을 안쪽 거리에는 지나가는 차량조차 찾아보기 힘들었으며 아예 문을 닫은 민박 및 모텔, 음식점들도 상당수였다.
상인 김인형(58)씨는 “주말만 되면 새벽부터 기차에서 손님이 쏟아져 나와 인산인해를 이뤘는데 지금은 평일 장사는 아예 포기해야 할 정도로 관광객이 없다”며 “이제 정동진은 점점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10여년 전 모래시계 촬영지로 큰 인기를 얻으며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떠오른 정동진이 잊히고 있다.
특히 정동진역을 중심으로 한 상권이 최근 급속히 붕괴되면서 주민들의 삶도 어려워지고 있는 형편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고령의 노인들이 운영하는 영세 민박집.
대부분 가정집을 개조해 운영하는 이들로 지난해 여름부터는 아예 손님이 뚝 끊겨 세금도 내지 못할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날 새벽부터 역 주변에 나와 손님을 기다리던 민박집 주인 이모(여·74)씨는 4시간여 만에 포기하고 혼자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씨는 “지난 여름부터 첫 기차 시간에 맞춰 역에 나와 관광객들을 기다렸는데 허탕 치기 일쑤이다”며 “어쩌다 손님이 와도 1만5,000원짜리 방값에서 5,000원 정도를 깎아주고 관리비를 제하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음식점 폐업도 속출하고 있다. 단체관광객이 급감한데다 정동진역이 '잠시 머물다 가는 정거장'이 되면서 식당들이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저가 관광버스를 타고 온 노인층 및 동아시아권 관광객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면서 정동진에서의 소비는 거의 사라진 상태이다.
일부 역 앞 기념품 상점이나 슈퍼마켓 등도 당장 비싼 임대료를 내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동1리 마을 관계자는 “마을주민의 대부분이 관광업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데 살림이 어려워 큰일이다”며 “10여년 전의 '해돋이'나 '모래시계'가 아니라 새로운 관광 콘텐츠를 개발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강릉=원선영기자 har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