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릇없는' 재판관의 “버릇없다”는 호통에 '버릇없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40대 판사가 재판 도중 69세 원고에게 '버릇없다'고 꾸짖었다. 법정에서 원고가 허락받지 않고 발언하자 “어디서 버릇없이 툭 튀어나오느냐”는 질책이었다. 이 사건은 국가인권위원회에 넘겨졌고, 인권침해라는 판정이 나왔다. 인권위는 “법정 질서에 어긋나는 행동이고, 재판장으로서 법정 지휘권이 있다 해도, 사회통념상 40대인 피진정인이 69세인 진정인에게 사용할 수 있는 말이라 볼 수 없다”고 했다.
▼'버릇없다'는 말의 사전적 뜻은 '어른이나 남 앞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예의가 없다'는 것이다. 예(禮)는 오랜 기간 이어져온 풍속·습관으로 형성된 윤리규범을 통칭한다. 가족과 친지, 사회적 질서를 위해 당연히 지켜야 할 행위의 수칙이고 도덕적 규범이다. '시경(詩經)'에 “사람이면서 예가 없다니 어찌하여 빨리 죽지 않는가(人而無禮胡不死)”라는 구절이 있다. 유가(儒家)에서 인간과 짐승을 분별하는 기준이 예다.
▼공자는 모든 인간에게는 도덕적 본성인 인(仁)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인은 내면에 존재하는 정신이다. 그래서 사람이 서로 어울리려면 외면에서 작용하는 행동규정이 필요하다. 그 규범으로 공자는 예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인격완성, 사회가 조화를 이뤄 평화로워지게 하는 양 축이다. 따라서 인과 예는 상호보완 관계다. 인은 차치하고 예가 부족하면 심각한 갈등·대결이 촉발된다. 조선시대 당쟁의 극단을 보여준 '예송논쟁'이 예를 두고 벌인 대표적 사례다.
▼공지영의 1993년 발표한 소설 '인간에 대한 예의'는 1980년대 치열했던 현실참여 기억을 그려내며 타인에 대한 무관심으로 양심을 폐기하고 외면하는 세태를 꼬집고 있다. 소설의 메시지는 “여기, 시대와 역사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켰던 한 사람이 있다”라는 문장에 압축됐다. 우리 시대의 존경에 무례(無禮)로 답한 법관이다. 공자가 “무례한 사람의 행위는 내 행실을 바로잡게 하는 스승이다”라고 했으니 옷깃을 여미게 된다.
용호선논설위원·yonghs@kw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