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구호. 선거홍보 내용 중 가장 간결하고 선명하게 후보자의 이미지나 정치 신념을 알리는 수단이다. 출마자들은 유권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독특하고 참신한 슬로건을 짜내는데 혼신을 다한다. '정치선전=당선'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정도다. 선거 때마다 선보인 구호를 유형별로 보면 흥미롭다. 쇄신형, 양심·정의형, 정부·여당 견제형, 봉사형, 서민형, 안정·희망형, 이미지 부각형 등이다. '무엇을 전하려고 했는가'에 초점을 둔 분석이다.
▼쇄신형은 '새로움'의 개념을 강하게 부각한다. 자신이 '새시대'에 부응하는 '새인물'임을 드러내기 위한 전략이다. '새일꾼' '새로운 선택' '새희망'이 자주 등장하는 어휘다. 양심·정의형은 '깨끗한 정치' '정직한 인물' '오직 한길을 걸어온' '맑은 샘물' '대쪽 같은' 등으로 정의감, 청렴, 강직 이미지를 강렬하게 심으려는 의도다. 정부·여당 견제형은 야당이 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즐겨 쓴다. 하지만 여당 후보들이 '여당 속의 야당' 세력을 내세워 개혁 성향을 구축하기도 한다.
▼봉사형은 '큰일꾼' '참일꾼' '살림꾼' '뛰는 일꾼'이 공통적이다. 서민형은 '우리 동네' '다정한 이웃' '만년 일꾼'을 들 수 있다. 안정·희망형에서는 '희망' '안정' '번영' '미래'와 같은 단어를 주로 사용한다. 여당 후보들이 급진적 변화보다는 개혁적 방법으로 경제적 번영과 안정을 꾀할 수 있다며 동원하는 표현이다. 이미지 부각형은 '00의 자존심' '00의 힘' '작은 거인' '정치 거목' '00의 별'처럼 출마자의 지역 연고나 개성, 경력을 강조하는 데 효율적이다.
▼선거 구호는 유권자들을 자극한다. 그 자극을 통해 의도하는 방향으로 정치 태도에 변화가 일어났을 때 홍보 효과는 크다. 지역 주민들은 주위로부터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수많은 자극을 받는다. 이 자극을 모두 수용할 능력도 없고 수용할 필요도 없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입지자들이 '구호 정치'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기획사나 전문 인력까지 기용할 지경이다. 벌써 도심에 대형 플래카드가 걸렸다. 유권자들이 진정 원하는 농축된 슬로건이 아쉽다.
장기영논설위원·kyjang3276@kw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