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인 제 딸은 아침에 나가 자정 무렵 집에 돌아옵니다.
이 아이가 과연 지금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지 생각해 봤습니다. 또한 지금의 이러한 노력이 앞으로 행복한 삶을 보장해 줄 것인가도 고민해 봤습니다. 해답을 내릴 수 없더군요.
학부모의 고통도 자녀들 못지않게 큽니다. 자녀가 다니는 학교가 어디냐에 따라서 부모의 서열이 결정되고, 우월감과 열등감이 상존하게 되더군요. 이러한 환경 때문에 학부모는 밝게 자라야 할 자신의 소중한 자녀들을 입시학원과 독서실로 내몰고 있습니다. 새벽에 단잠을 깨워야 하고, 피로에 지친 자녀를 다그쳐야 하고, 오르지 않는 성적에 매질까지 해야 합니다.
결국 학벌 이기주의에 의한 자녀들의 희생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고 다짐하였고 고교평준화운동에 동참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고교평준화를 주장하는 진정한 이유는 단지 학력 향상이나 진학률 제고 등의 목적 때문이 아닙니다. 작은 강릉지역 사회에서 모든 인문계 고등학교가 서열화되다 보니, 각 고등학교 간에 혹은 각 학교 학생들 간에 불필요한 위화감과 차별의식에 따른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어린 중학생들은 벌써부터 소위 특정 명문고에 진학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고,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학생들은 엄청난 정신적 스트레스와 정서적 장애를 경험하게 됩니다.
시교육청은 해마다 대량 탈락 사태를 방지한다는 명목 아래 각 고등학교 진학 희망자 수와 지원 가능한 점수(소위 커트라인)를 사전 조정하는 작업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합니다. 말로만 자유 경쟁 입시이지 실제로는 점수에 의해 서열화된 학교에 학생들을 배당해야 하는 비교육적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어찌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생활을 누릴 수 있겠습니까?
혹자는 이야기합니다. '경쟁이 있어야 아이들이 공부를 열심히 할 것이며 학력이 신장될 수 있는 법이라고…. 어차피 우리 사회는 경쟁사회가 아니냐고…. 그러나 경쟁도 너무 치열하면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법입니다.
적절한 경쟁은 필요하겠지만 지금처럼 나이 어린 학생들을 몰아붙이고 그 결과에 그들과 부모들을 상처받게 하는 경쟁은 인간성을 황폐화하고 공동체를 해체시킬 뿐입니다. 출신학교를 따질 필요 없이 학생들이 자유롭게 어울릴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서, 지역의 많은 학생이 평등하게 서로 교류하면서 행복한 학창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여유있는 문화생활을 하고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그런 당연히 가져야 하는 행복을 찾아주고 싶습니다.
김봉래 강원농촌문제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