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은 한국인의 주식이다. 끼니 때마다 밥을 먹지 않으면 제대로 식사했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쌀을 주식으로 하는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서도 쌀 생산량과 소비량 모두 선두권에 들고 있다.
한국 역사 속에서 쌀의 중요성은 더욱 커 보인다. 5~6세기께 쌀은 귀족식품으로 인식되었고 통일신라 때도 북부는 조, 남부는 보리, 귀족층은 쌀을 주식으로 했다. 고려시대에 들어오면서 쌀은 물가의 기준이 되고 봉급의 수단이 될 정도로 귀중한 존재가 되었다. 조선시대에 접어들어 쌀은 생산량이 많아지면서 곡물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 우리의 식생활 패턴이 바뀌면서 쌀은 그 특별한 지위를 잃어가고 있다. 한식 말고 다른 음식을 많이 먹을 뿐 아니라 반찬이 풍성해 매 끼니 먹는 밥의 양도 줄었다. 우리 아이들은 따끈한 아침밥보다는 빵과 우유, 라면, 과자 등에 더 친숙해져 있다. 이와 같이 간편식을 선호하다 보니 우리나라의 연간 쌀 소비량은 해를 거듭할수록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며 농촌경제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1999년 당시 연간 1인당 쌀 소비량은 96.9㎏, 10년이 지난 2009년에는 74㎏으로 나타나 눈에 띄게 줄었다. 1인당 쌀 소비량이 이와 같이 점점 줄어들고 식탁에서 쌀이 설 곳이 없어지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현재의 상황을 30~40년 전과 비교한다면 완전히 역전된 드라마로 비유할 수 있다. 1970년대만 해도 쌀 부족으로 '혼식장려운동'이 적극 권장됐고 쌀막걸리, 쌀과자 등 쌀을 재료로 한 가공식품 제조 자체가 금지됐었다. 또한 당시 학교에서는 점심시간만 되면 식사 전에 혼식 확인을 위해 도시락을 일일이 검사하고, 흰 쌀밥만 싸온 학생은 선생님에게 혼이 나서 집으로 돌려보내지는 상황을 왕왕 볼 수 있었다.
1990년대 이후 쌀 자급률이 높아지면서 남아도는 정부미로 막걸리, 과자 등 가공식품이 생산되었고 최근에는 웰빙 바람을 타고 라면, 국수, 생면, 햄버거까지 가공영역이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쌀이 밀에 비해 가공성이 떨어져 한계가 있다고들 한다. 물론 쌀은 밀에 비해 찰기가 부족하고 부푸는 성질이 상당히 약하다. 또한 밀의 고유한 맛과 차이가 있고 단가가 비싸 다소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5월 서울 aT센터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주관으로 열린 '2010 서울 떡볶이 페스티벌'은 쌀의 생존법을 제시해 주었다. 우리가 흔히 즐기는 떡볶이가 쌀 소비 촉진뿐 아니라 한식 세계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우리 쌀떡볶이는 지난 한 해만도 약 9,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쌀막걸리의 경우도 젊은 층의 국내 소비자부터 한류 마케팅을 통한 해외시장의 수요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대기업들의 쌀국수, 쌀과자, 쌀고추장 등 쌀 가공시장 참여 증가로 쌀 가공식품 개발이 확대되고 수요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또한 군인, 전·의경의 식단과 학교급식도 밀 대신 쌀 제품으로 대체되어 가고 있다. 이를 계기로 쌀 가공식품산업 육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우리 쌀로 만든 다양한 가공식품을 개발하여 국내외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아야 한다.
최근 들어 쌀 가공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집중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뿐이며 일본과 태국도 우리처럼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기회 삼아 전 세계 쌀 가공시장을 선점한다면 엄청난 고부가가치 산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 기호에 맞도록 쌀을 이용한 가공식품을 다양하게 개발하고 널리 보급함으로써 소비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강원도에서도 지역 쌀 소비 캠페인과 더불어 막걸리, 과자, 면류 등 지역 쌀을 원료로 하는 도내 수출·가공업체를 대상으로 가공지원을 확대하여 쌀 수요를 늘려나가는 등 장기적인 안목과 다각적인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본다.
김달룡 농수산물유통공사(aT) 강원지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