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은 1,400여년 전 자장율사가 산문을 연 후 우리 민족의 불교성지로 추앙받고 있다. 이곳에 자리 잡은 월정사는 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낸 한암스님, 도제 양성에 힘쓴 탄허스님, 가람 복원에 앞장선 희찬스님이 주석하며 올곧은 수행가풍을 잇고 있는 천년의 도량이다.
해마다 강원일보사와 공동으로 '오대산불교문화축전'을 개최하면서 전통은 계승하고, 현대의 새로운 가치들은 수용하는 통섭의 공간, 열린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찾아가는 포교, 지역사회로의 회향'을 주창하며, 지난 2004년부터 조계종 제4교구 본사인 월정사와 산하 사찰들의 살림을 꾸려가고 있는 퇴우 정념 월정사 주지스님이 있다.
강원불교연합회장으로, 강원도종교평화협의회 공동상임대표로, 조선왕실의궤환수위 공동의장으로서 사회적으로 표출되는 갈등에 대해 올바른 방안을 제시하며,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그를 만났다.
조선왕실의궤 반환되면
원래 소장처 오대산으로
되돌아 오는 건 당연한 일
△얼마 전 도내 주요 종교단체 대표들이 모여 '강원도종교평화협의회'를 창립했습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운영해 나가실지 궁금합니다
“강원도종교평화협의회는 범종교인 대화 모임으로 정신문화를 선도하고 사회를 통합하며, 인류의 복지향상을 위한 종교인의 역할을 모색하고 다양한 실천 방안들을 협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보통 강원도는 지역이 넓고 갈등의 양상도 적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이제 강원도도 사회갈등의 요인, 종교간의 관점들과 같은 것들을 좀 더 통찰력 있게 바라보고, 갈등 요인을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데 여러 종교 지도자가 공감한 것 같습니다. 화합과 소통이라는 관점 속에서 종교 지도자들이 모범적으로 사회 흐름을 이끌어갈 필요가 있다는 공감이 절로 이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지난 두달여간 도지사의 공백 상태와 함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겠다는 생각이 모아져 협의회를 구성하게 됐습니다. 모두의 마음 속에 행복을 심어주고자 하는 것이 종교의 본령입니다. 종교 지도자들이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그런 사랑의 마음이 가슴 속에 충만해 있어, 자연스레 하나로 소통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앞으로 친목을 중심으로 각 종교간 이해의 폭을 넓히고, 정서적 공감을 만들 수 있는 일들을 먼저 시작해 나가겠습니다. 또 지역간 계층간 종교간 화합과 소통을 위한 모범적이고 선도적인 역할을 펼치겠습니다.”
△ 지난달 일본 총리가 오대산 사고본 '조선왕실의궤'를 반환하겠다는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스님은 조선왕실의궤환수위 공동대표로서 일본 총리 담화가 나온 직후 국내 반환은 물론, 원래 소장처인 오대산에 의궤가 돌아와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조선왕실의궤가 우리나라에 돌아온다는 것은 더없이 기쁜 일입니다. 강제적으로 반출됐던 우리의 문화재, 우리의 얼이 다시 되돌아온 것만 해도 크게 의미있는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몇 해전 반환된 조선왕조실록의 경우 도쿄대에서 서울대에 기증이라는 형식으로 돌아오면서 원 소장처인 오대산까지 오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조선왕조실록에 서울대 규장각 직인을 찍어 놓았다고 하는데, 이는 문화재의 가치를 훼손하는 무지한 행태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조선왕실의궤도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유네스코에서도 문화재를 본래 있던 곳에서 보관하는 것이 옳다고 권장하고 있습니다. 조선왕조 실록과 조선왕실의궤가 지닌 역사적 의의와 유네스코 등록 문화재로서의 위상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도 반드시 오대산으로 되돌아 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와 도민들이 더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군의회나 도의회, 더 나아가 도민들의 뜻을 모을 수 있는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실의궤 제자리찾기 추진위원회'와 같은 결집체를 결성해야 한다는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여러 힘을 모아 조선왕실의궤가 국내로 반환되면 본래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문화재청과 정부도 문화재 반환 운동에 대한 열정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현명하게 판단해 배려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
△ 월정사가 강원도, 하이원리조트와 함께 강원도 중·남부 불교문화재 일제조사를 시작한다고 들었습니다. 이 사업에 대해 설명 부탁합니다
“문화재는 아무리 잘 보존한다고 해도 소실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분석적·학문적으로 밝혀졌던 부분들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일제조사 기간 첨단 기술을 총동원해 문화재를 다양한 방법으로 관리·보존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들을 마련해 나가려고 합니다. 먼훗날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똑같이 복원할 수 있을 정도로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 써서 자료를 축적해 나갈 생각입니다. 또 관광객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문화재를 둘러싼 설화등 다양한 이야기를 자료 속에 접목해서 좀 더 많은 사람이 쉽게 이해하면서 관람할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내용까지 담아내고자 합니다. 일제조사가 완료되면 월정사와 지역을 찾는 많은 관광객에게 고품격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데서 크게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업이 좋은 사례로 남아 강원도 관광을 활성화하고 품격을 높이는 일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지난해 '생명의 시원(始原)과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불교문화축전을 진행하면서 물의 중요성을 역설하셨습니다. 최근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 많은 말이 오고 가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생명의 문제, 환경과 생태의 문제를 너무 가볍게 다루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는 밀어붙이기로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오늘날은 적어도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되는 시대, 시민사회라는 사회적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중요한 정책, 특히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이라면 이해와 설득을 통한 공감 속에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고 하겠습니다. 거버넌스(governance)는 시민사회를 존중하고 정책 집행과정 속에 참여시키면서 공감을 충분히 넓히는 과정을 받드시 거쳐야 합니다. 그 과정이 어렵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감을 이뤄내면 효율성이 크게 증대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이 사업이 완료돼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도 있겠지만 그 전까지 많은 사람의 비판과 저항이 동반되기 때문에 국정 수행에 어려움이 초래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권력은 현실 여론과 떼어놓을 수 없기 때문에 여론을 얻지 못한 권력은 어떠한 일을 수행하더라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계속 진행돼 오고 있고, 지금 계획을 수정하면 큰 손실을 초래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하더라도 설득의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합니다. 찬성측이나 반대측이나 서로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그런 열린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시점이라고 하겠습니다.”
△ 오대산불교문화축전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 왔습니다. 올해 축전은 어떻게 치를지 계획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강원일보사와 공동으로 주최하는 올해 오대산불교문화축전은 다문화와 동북아시대를 맞아 '생명·명상·치유'등을 콘셉트로 잡고 많은 이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불교 축제의 장으로 꾸밀 예정입니다. 오대산이라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월정사라는 전통 수행공간의 가치를 십분 활용해 자연과 소통하는 생태문화축제, 다양한 계층이 함께 하는 테마축제, 지역을 활성화 하는 지역문화축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한강시원제를 비롯해 오대샘물 합수식, 산사음악회, 승가학인 법고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특히 월정사를 지역의 열린 문화공간으로 인식시키고 불교문화자원을 관광문화자원으로 활용해 국가경쟁력 강화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생명과 나눔, 평화의 한마당으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힘을 보탠다는 것이 올해 오대산불교문화축전의 가장 큰 목표라고 하겠습니다. 지역과 계층, 종교를 초월해서 열리는 행사인 만큼 많은 분이 오셔서 다양하게 마련된 프로그램들을 마음껏 즐기고 체험하시길 바랍니다.”
△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좋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우리의 마음이 흐트러지고 좌절을 맛보기도 했습니다만 이광재지사의 직무복귀를 계기로 강원도가 좀 더 결집되고 힘있고 활기차게 중요 현안들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도민들이 좀 더 함께 하는 마음을 갖고 이 지사도 강원도를 사랑하는 마음,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는 넓은 마음으로 수많은 현안을 슬기롭고 활기차게 풀어가야 할 것 입니다. 생각의 차이는 나게 마련입니다. 그 차이를 이해하고 화합·상생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 입니다. 항상 어려움은 또 다른 지혜를 낳게 합니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은 사회를 더욱 튼튼하게 하는 기반이 되고, 자양분이 될 수 있습니다. 어려운 시절일수록 이러한 마음으로 더 준비하고 스스로를 깊이있게 통찰해야겠습니다. 도민들도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으로 업무에 복귀한 도지사와 함께 뜻을 모아줄 것을 당부합니다.”
정리=오석기기자 sgtoh@kw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