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채팅언어

'겜방(게임방) 낼(내일) 설(서울) 암거나(아무거나)'. 인터넷 채팅언어는 '음절 수 줄이기'가 특징이다. 강추하다(강력+추천하다) 멜친구(메일+친구) 정모(정기+모임) 등 단어 합성 후 줄이기도 쓰인다. 갈께여(갈게요) 남니다(납니다) 등 자판 이동거리 줄이기의 형태로도 나타난다. 주로 경제적인 동기에 기인한다. 짧은 시간에 많은 대화를 나누려면 빠른 타자 실력도 필요하지만 결국은 단어나 문장의 형태를 줄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줄이기가 경제적 목적에 의한 변형이라면 '비틀기'는 채팅 참여자 사이에 자신을 과시하거나 채팅 분위기를 재미있게 하려는 표현적 동기가 작용한다. 일를꼬야(이를 거야) 이뿌다(예쁘다) 알쥐(알지) 긍대(그런데) 엄따(없다) 등 유희적 비틀기가 대표적이다. 졸라(아주, 매우) 씹혔다(무시당했다) 깔쌈하다(멋져 보인다) 등 은어 비속어도 사용된다. 방가(반가워요) 재밋어요(재미있어요) 소개하져(소개하지요)와 같이 문장 종결형의 무시와 변형도 자리 잡았다.

▼통신언어로 이모티콘도 인기다. 기쁠 때는 *^^*, 슬플 때는 'ㅠ.ㅠ' 등의 단순한 기호를 감성적으로 조합, 자신의 기분을 드러낸다. 컴퓨터 자판의 다양한 기호와 문장, 숫자를 엮은 형태다. 사람의 감정 표현에서 출발해 각종 사물과 간단한 스토리까지 만들 수 있어 제한된 문자의 한계를 넘어서서 사이버상의 커뮤니케이션을 보다 정감 있게 해 준다. 키보드상의 기계적인 느낌을 완화하고 실생활에서와 같은 감칠맛 나는 대화를 가능하게 해 준다.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상의 대화가 오프라인에서의 일상적인 대화에 버금가는 단계다. 이미 별개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정착됐다. 인터넷 사용 인구가 증가하면서 채팅 이용자들 사이에 보편화되고 있다. 반면 일반인이 해독하기 힘들 정도의 외계어 수준이라는 지적도 상당하다. 우리말의 변형과 파괴를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다는 얘기다. 9일은 한글날이다. 한글이 반포된 지 올해가 564돌. 세종대왕은 채팅·통신언어를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장기영논설위원·kyjang3276@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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