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산동과 태장2동(가현동) 등 원주 북부권이 죽어가고 있다.
우산동은 구 시외·고속버스터미널 이전에 따른 공동화로 지역경제가 무너지고 있지만 우산동 수산물도매센터 백지화, 멀티콤플렉스타워 건립 철회 등 원주시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태장2동(가현동) 역시 하수종말처리장과 도축장, 음식물쓰레기처리장 등 각종 혐오시설이 몰리면서 지역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 원주 북부권을 살릴 길은 없는지 (상) 무너진 경제, (하) 원인과 대안 2회에 걸쳐 짚어본다.
우산동 음식점 90여개 줄고 부동산 매매가 급락 … 시 대책 없이 방치
“어떻게 해서든지 제발 우리 상인들 좀 살려달라고 해 줘요.”
지난 11일 오후 우산동 구 원주시외버스터미널에 인접한 상가들은 도심 속 폐허를 방불케 했다.
쓰레기 더미가 곳곳에 쌓여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창문과 출입문은 깨져있는 등 상가 안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일부 빈 상가에는 매트리스와 이불, 그릇 등이 널려 있는 등 누군가 기거하는 흔적들도 확인됐다.
주민들은 “시외버스터미널 건물이 흉물로 방치되면서 노숙인들이 드나들고 이 일대가 우범지대로 전락하고 있다”며 “밤이면 주변을 지나다니기 정말 무섭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7월 원주시외버스터미널이 단계동으로 이전한 후 1년여 만에 우산동 상권은 급속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도로변 상가들도 문을 닫은 곳이 적지 않았으며 음식점, 여관 등이 위치한 골목 안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점심 시간임에도 식당들은 문에 자물쇠가 채워진 채 굳게 닫혀 있거나 셔터가 내려진 상태였고 나머지 상가에도 임대문의라는 종이만 붙어있는 등 골목안 상가 9곳 가운데 단 두 곳만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슈퍼를 운영하는 남궁옥선(여·55)씨는 “상가 주인들이 먼저 월세를 줄여 주고 있지만 손님이 있어야 세를 낼 거 아니냐”며 “이미 상당수 상인이 가게를 정리했고 남아있는 사람들도 폐업을 준비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30년 동안 이곳에서 여관을 운영했다는 도장근(80)씨도 “우는 소리가 아니라 정말 한 달 동안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며 “수십년 동안 그럭저럭 밥은 먹고 살았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상인들은 2003년 1월 고속버스터미널이 현재의 단계동으로 옮겨가며 우산동 상권은 본격적인 침체기에 접어들었고 지난해 원주시외버스터미널까지 이전하며 우산동 상권 공동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소상공인진흥원의 상권정보시스템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2008년 6월 475개에 달하던 우산동 내 음식점은 지난 8월 387개로 90여개가 줄어들었으며 부동산 매매가 역시 지난해 1억2,000여만원이던 건물이 1억원에 거래되고 급매물이 쏟아지는 등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정이 이렇지만 원주시는 별다른 대책을 마련지 못하고 있다.
원주시는 지난 5월 우산동 지역의 상경기 회복과 발전을 위해 구 시외버스터미널 부지에 수산물시장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3개월 후 계획을 유보했고 이어 추진되던 멀티콤플렉스타워 건립 역시 무산된 상태이다.
더욱이 바이오메탄 자동차 연료화사업 생산시설이 오는 12월 착공을 앞두고 있는 등 주민들은 그동안 터미널 주변 공동화 현상 해소를 위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하수종말처리장, 축산폐수공공처리시설 등 각종 혐오시설만 집중되고 있다며 박탈감과 소외감을 호소하고 있다.
김옥순(여·76)씨는 “시는 수산시장, 멀티콤플렉스타워 등 만날 되지도 않는 선심성 계획만 내놓는 것도 부족해 냄새나고 위험한 혐오시설을 모두 원주 북부권에만 만든다고 한다”며 “구도심 주민들은 거지를 만들어 놓고 무실동과 단계동 등 신도심에 사는 사람들만 원주시민이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원주=김설영기자 snow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