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新 강원기행] (131) 태백시 삼수동 조탄마을

`황금의 도시' 엘도라도, 전설은 살아 있다

◇태백시 삼수동 조탄마을 전경. 눈에 덮인 마을이 한 폭의 수채화다.

한국판 엘도라도의 전설 위에 부농(富農)의 꿈이 알차게 영글어가고 있는 태백시 삼수동 조탄마을. 태백시 삼수동과 삼척시 하장면 경계 지점의 조탄마을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땅속에 금과 은 등 귀금속 광물이 무궁무진하게 묻혀 있다는 전설이 구전돼 온 마을이다.

신재국(63)씨는 “조탄마을에는 알짜 광맥을 찾아내 일확천금 하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구한말께부터 줄을 이었던 것으로 얘기돼 왔다”고 했다.

이같은 전설은 1923년 마을 뒷산일대 258(㏊)에서 금광이 개발되면서부터 현실로 나타나 1986년까지 60여년간 삼조광업소가 가동됐었다. 당시 삼조광업소에서 금과 은 등을 채광해 내던 광원들 중 상당수는 전국 도처에 아직도 생존해 있으며 광업권은 1999년 소멸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조광업소가 폐광된 후에도 13년간이나 광업권이 살아 있던 조탄마을 땅속엔 아직도 어마어마한 양의 금과 은 등 광물이 묻혀있다는 소문이 널리 퍼져 있다.

신성태(56)씨는 “마을 뒷산에 일제강점기부터 캐낸 금과 은 보다도 훨씬 더 많은 귀금속 광물이 묻혀 있다는 얘기가 회자돼 왔다”고 했다.

하지만 29세대 59명인 조탄마을 주민들은 이제 노다지 금맥을 발견해 횡재를 해보겠다는 생각을 버린 채 친환경 농업으로 부자가 돼겠다며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안순자(63)씨는 “조탄마을 주민들은 마을에 수령이 470년가량 되는 전나무를 보호해 오는 등 자연친화형 삶에 애착이 커 농사로 미래를 개척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에 따라 길이 220m가량의 삼조광업소 갱도는 올해부터 주민들이 손수 재배한 배추 등으로 담근 묵은지를 보관하고 이를 상품화하는 저장고로 탈바꿈하게 된다.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벌이게 될 묵은지 생산 사업은 태백시가 타당성을 인정해 국도비 등 3억원을 들여 갱도 내 안전시설을 보강해주는 등의 지원을 하고 있다.

양채봉(56) 삼수동 25통장은 “태백시의 지원을 받아 삼조광업소 갱도를 대거 정비하고 묵은지 생산 사업을 벌이면 주민들의 소득 수준은 눈에 띄게 호전될 것”이라고 했다.

올 하반기부터 묵은지 생산 사업이 본격 추진되면 그동안 청정 고랭지배추를 재배하고도 적정 판로처를 찾지 못해 겪어야 했던 고충을 덜 수 있게 된다. 숨쉬는 토기형 용기에 담겨 저장되는 묵은지는 삼조광업소 갱도에 최대 100톤가량까지 보관이 가능하고 고랭지배추 출하시기 조절의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탄마을 배추는 주민들이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재배하며 오랫동안 축적해 온 영농기술이 뒷받침된 채소여서 묵은지로 가공하면 '특급'먹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신재택(64)씨는 “조탄마을은 삼조광업소 기계음이 온 산에 울려 퍼지던 1960년 중반부터 고랭지배추를 재배해 알찬 소득을 올려왔다”고 했다.

한여름에도 서늘한 자연 냉장고 역할을 해줄 삼조광업소 갱도 일대에는 생태 숲길도 조성돼 도시형 소비자들로 부터 호평받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묵은지 생산 사업에 앞서 조탄마을 주민들은 풋고추와 산채 생산 등으로 소득원을 다변화해, 남부럽지 않은 영농 기반을 다져왔다. 마을 내 농경지 33㏊중 7㏊가량은 이미 풋고추와 곰취 등 산채 재배 면적으로 바뀌어 고랭지배추와 함께 주 소득원으로 부각되고 있다.

2006년부터 재배되고 있는 풋고추와 곰취는 매년 봄과 여름철이며 전국 도처로부터 주문이 쇄도해 주민들은 새벽잠을 설쳐야 할 정도로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다.

하우스형 곰취 재배로 짭짤한 재미를 보게 된 주민들은 대덕산과 매봉산 등 마을 인근 산지에서 자생중인 산채들을 폭넓게 시험 재배하는 등 추가 개발에 여념이 없다.

이미 시험재배에 성공해 조만간 대도시 소비자들의 식탁에까지 오르게 될 산채는 곤드레와 어수리 누룩취 참나물 비비추 등이 손꼽히고 있다. 2010년 새농어촌건설운동 우수마을로 선정돼 받은 시상금 5억원으로 마을 농장 1.3㏊를 일궈 산채 시험재배포를 만드는데 큰 힘이 됐다.

옥수수 감자 콩 등 전통 작목을 수익률이 높은 작목으로 대체 개발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조탄마을 주민들은 사과와 살구 등 과일 재배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09년부터 시도 중인 사과와 살구 등 유실수 재배 역시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어 당도와 신선도 등이 뛰어난 명품과일 생산이 예상되고 있다. 김순희(58)씨는 “사과와 살구 등 과일농사는 시농업기술센터의 기술지도가 지속적으로 뒷받침되면 머지않아 대형 할인마트에도 납품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른 봄이면 연분홍 꽃송이들이 활짝 피어나는 사과와 살구밭은 그림과도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어 마을공동 관광농장 경영 사업도 구상중이다.

자동차로 10여분 거리에 금대봉과 검룡소 매봉산 등 관광명소가 많아 관광농장을 개장해 연계관광로를 뚫게 되면 날마다 북새통을 이룰 수 있을 전망이다.

해발 1,418m인 금대봉과 해발 1,307m인 대덕산 일대 임야 415만8,000㎡는 1993년 자연생태계보호구역으로 지정됐을 정도로 생태 관광 적지로 꼽히고 있다.

얼레지와 노루귀 참나리 동자꽃 도라지꽃 구절초 등 야생화들이 철따라 개화해 야생화 천국을 이루고 있으며 참매·꼬리치레도롱뇽 등 희귀 동물도 다량 서식하고 있다.

금대봉 기슭의 검룡소는 총길이가 514㎞인 한강의 발원지로 1일 평균 3,000톤가량의 지하수를 솟구쳐 올리며 청정 계곡의 물길을 열어 나가고 있다. 계곡 바닥까지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깨끗한 옥류수가 흘러 내리는 검룡소에서는 매년 음력 6월15일 유두절 무렵 한강대제가 열리고 있다.

해발 1,303m인 매봉산은 150만㎡가량의 고랭지 배추 재배단지에다 풍차형 대형 날개가 빙빙 도는 풍력발전기 8기가 가동돼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산바람이 시원한 매봉산 풍력발전소는 여름 방학이면 한국철도의 내일로(Rail路) 관광객 등이 날마다 모여들어 유명 관광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조탄마을 주민들은 산채 재배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영농기는 물론 농한기에도 일거리를 물색해 돗자리 등 짚풀공예품과 한과 등을 생산하고 있다.

짚풀공예품과 한과도 매년 음력 설과 추석이면 소비자들의 주문이 늘어나기 시작해 해가 갈수록 사업 규모가 불어나고 있다.

임화자(61)씨는 “마을 노인들로부터 기술이 전수된 돗자리와 한과 등이 이제는 배추농사 못지않은 소득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했다. 총 59명 중 55세이상 연령 주민들이 35명이나 되는 마을이지만 틈틈이 스포츠댄스와 노래교실도 운영해 신세대 못지않은 삶의 재미도 터득해 나가고 있다.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마을회관에서 하루 4시간씩 펼쳐지는 노래와 스포츠 댄스 교실은 주민들의 건강 생활에 특효약이다.

'울고넘는 박달재'등 옛 노래와 '꽃바람 여인' 등 현대식 인기곡을 매끄럽게 소화해 내고 활기찬 율동까지 익혀가며 심신을 다질 때는 웃음이 가득하다.

최순자(60)씨는 “노래와 스포츠댄스 교실은 피로회복은 물론 건강생활에도 커다란 힘이 되고 있다”며 교육 프로그램의 확대를 바랐다.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조탄마을은 2006년과 2008년 2009년 등 3차례나 범죄 없는 마을로 선정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주민 신길선(62)씨는 “조탄마을은 농촌 인심이 넉넉한데다 대다수 주민이 친인척 관계로 맺어져 있어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했다.

신화선(60)씨는 “신씨 등이 대성을 이루고 있는 가족형 마을이어서 산채 생산 등 공동 사업을 벌일 때면 다른 마을보다 한층 더 단단한 응집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태백=장성일기자 sijang@kwnews.co.kr

라이프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