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4일)은 입춘(立春)이다. 계절적으로 한 해가 시작되는 날이다. '사기(史記)'에서도 “입춘은 사시(四時)의 시작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봄기운이 돌 뿐이니 봄철에 든 것은 아니다. 사실 연중 기온이 가장 낮은 시기다. 며칠 새 지독한 엄동설한을 겪었다. '입춘 추위에 김칫독 얼어 터진다'는 속담을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매서운 혹한이 몰아쳤다. 천문학에서는 춘분을 봄의 시작이라고 본다.
▼ 24절기는 기원전인 고대 중국 주나라 때 역법(曆法)의 발상지인 황허강 주변 화베이(華北) 지방의 기후 특징을 분류해 만들었다고 한다. 이 지역은 허베이(河北)·허난(河南)성 일대로 지구 위도상 34.8도에 위치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제주도와 부산 사이의 지대다. 이러니 한반도 중·북부 지방에서는 절기의 개념이 당일의 날씨와 차이가 난다. 위도가 북쪽으로 1도 높아지면 개화 시기는 4~5일 정도 늦어진다고 한다. 그러니 38선 인근지역에서는 대략 보름 정도 후에 절기를 느끼게 되는 셈이다.
▼ 음력은 달의 변화를 주기로 하여 만들었다. 그래서 해(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변하는 계절의 현상과는 잘 맞지 않는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음력에 태양의 위치에 따른 기후·날씨의 특징을 24절기로 구별해 사용하는 것이다. 이런 관계로 순환하는 계절의 한 해 분기점인 입춘이 설보다 앞선 섣달에 들기도 하고 연초에 나타나기도 한다.
▼ '사단칠정론'을 두고 퇴계 이황과 견해를 달리했던 고봉 기대승은 입춘을 맞아 이렇게 읊었다. “동지에 양이 생겨 점점 쌓이니/ 섣달이 다하면서 봄 돌아옴을 깨닫는다/ 처음에는 땅 밑에서 어렴풋이 소식 통하는데/ 이미 하늘은 순한 음기를 간직하네.” 우리네 선조들은 입춘시(時)에 입춘방을 붙여야 효험이 생긴다고 믿었다. 올해 입춘시는 4일 오후 7시 22분이다. 하니 이미 해가 진 이후가 아닌가. 세상, 정치가 흉흉하다 보니 절기도 별일이다.
용호선논설위원·yonghs@kw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