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자녀와 대화는 커녕
한 상에서 밥조차 안먹어
“인생 잘못 살았다” 비관
고령화 비율 높은 도내
일주일에 한명 꼴로 자살
사전신호 전혀 없어 심각
올들어 한 달간 도내에서만 일주일에 한 명꼴인 5명의 노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74세 노인자살률(2010년 기준)은 인구 10만명당 81.8명으로 미국과 일본의 4배를 넘는다. 특히 고령화 비율이 높은 도내의 경우 최근 10년간 한 해 평균 노인자살률이 101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편이다. 인생의 황혼기에 서 있는 노인들의 자살이 심각한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 무관심에서 비롯된 빈곤과 질병
최근 도노인보호전문기관에 자녀들로부터 학대를 받고 있다는 80대 노인의 전화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조사 결과 신고자인 A(여·85)씨는 자신의 전 재산을 자녀들의 집을 짓는데 썼다.
노환과 경제적인 사정으로 자녀들과 같이 살게 됐지만 하루종일 대화는 커녕 자녀들과 한 상에서 식사조차 할 수 없었다.
결국 가출 후 구걸까지 했지만 자괴감과 수치심을 견디지 못해 수면제를 모으고 가방 속엔 항상 노끈을 갖고 다녔다.
이미 장소 물색까지 해둔 위험한 상황이었으나 끝내 자녀 생각에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고 했다.
A씨는 상담사에게“열심히 자식들을 키웠는데 인생을 잘못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젠 자녀에게 부담만 주는 존재”라고 말했다.
노인자살은 대부분 자녀들의 외면에서 비롯된 질병의 고통과 빈곤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춘천의 한 다리 난간에 목을 매 숨진 B(90)씨의 호주머니에선 '빚에 쪼들려 힘들고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메모가 나오기도 했다.
■ 농촌사회에서 더욱 심각
자살은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노인층에서 가장 심각하며 고령화와 속도를 같이 하고 있다.
도광역정신보건센터에 따르면 도내 시·군별 자살률(2010년 기준) 1위는 영월(인구10만명당 82.4명)이었으며 정선(79.2명) 홍천(76.3명) 등 고령화 비율이 높은 군지역이 자살률도 높았다. 이는 춘천과 원주(36.1명) 강릉(38.3명) 등 시지역의 2배를 넘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농촌경제의 몰락으로 노인들의 빈곤이 심해지고 도시로 떠난 자녀들의 관심과 보살핌을 받기 어려운 점을 첫번째 원인으로 꼽고 있다.
또 농약과 끈, 사람들의 눈을 피할 수 있는 장소가 많아 자살충동을 행동으로 옮기기 쉽다는 점도 원인 중 하나로 보고있다.
이로 인해 전국적으로 잠금장치와 함께 가족사진이 붙어 있는 농약보관함 보급 운동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 노인자살은 예고가 없다
노인자살은 사전신호가 전혀 없어 예방과 치료를 더욱 어렵게 한다. 지난해 도광역정신보건센터에 접수된 자살관련 전화 및 방문상담건수는 5,031건으로 이 가운데 23%에 달하는 1,159건이 60세 이상 노인들이었다.
하지만 이 중 노인들이 직접 상담 등의 도움을 요청한 경우는 단 한건도 없었으며 대부분은 자녀, 시·군 사회복지사, 이웃 등이 신고한 경우였다. 자녀들이 갖게될 부담감과 치매로 오해받지 않을까하는 우려 수치감 등으로 인해 우울증과 자살충동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이 노인자살의 가장 큰 특징이다.
우상원 도광역정신보건센터 자살예방팀장은 “우울증을 치매로 인식해 숨기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하지않은 채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노인자살 예방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최기영·박진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