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Week+사람이 좋다, 강원도가 좋다]“무의미한 말년이 싫었다, 난 지금 파란마음으로 산다”

인천대 교수 생활 접고 고향으로 온 조원용 덕고생태체험학교·횡성고른기회배움터 교장

고향생각 - 현제명 시·곡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어 / 밝은 달만 쳐다보니 외롭기 한이 없다

내 동무 어디 두고 나 홀로 앉아서 / 이 일 저 일만 생각하니 눈물만 흐른다

고향 하늘 쳐다보니 별떨기만 반짝거려 / 마음 없는 별을 보고 말 전해 무엇하랴

저 달도 서쪽 산을 다 넘어가건만 / 단잠 못 이뤄 애를 쓰니 이 밤을 어이해

자신이 태어난 강을 떠나 대양을 돌아 다시 모천을 찾는 연어가 있다. 연어는 회귀본능의 대명사다. 이는 사람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시골에서 태어나 넓은 세상으로 나아갔다가 만년이 되면 고향을 그리워한다. 어떤 이는 용기를 내 고향을 찾고, 어떤 이는 현재 삶의 터전인 그곳에서 꿈속의 고향을 만들며 살아간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변화는 편하지 않고 특히 나이 든 이후 새로운 삶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조원용(65) 덕고생태체험학교·횡성고른기회배움터 교장은 과감히 새로운 삶을 선택했다. 원주가 고향인 조 교장이 서울시립대를 졸업하고 교사로 첫발을 내디딘 곳이 바로 횡성이다. 횡성고등학교에서 근무하다 서울로 이동한 조 교장은 영파고, 혜화여고, 양명고 등에서 교단을 지키다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인천대 교수로 후학을 가르치는 인생을 살았다. 그런 그가 부인(세례명:강그라시아)과 함께 횡성을 다시 찾은 것은 우연만은 아니다. 흔히 말하는 귀농·귀촌이지만 조 교장은 남다른 삶을 개척하고 있다. 소외받고 불편한 교육여건 속에 남겨진 지역 청소년들을 위해 배움터를 열고 뜻있는 교사들과 함께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고 있다. 덕고생태체험학교와 횡성고른기회배움터가 운영 중인 우천면 정금리 덕고폐교장에서 강원대 전상국 교수와 함께 조 교장을 만나 그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신의 소개를 간단히 해주시죠

“태어난 곳은 원주입니다. 원주고를 졸업하고 서울로 대학을 갔죠. 토목공학을 전공했지만 학생들에게는 수학을 가르쳤어요. 맏이인 큰딸(30)은 아직 결혼을 안했고 둘째인 아들(27)은 대우건설에, 며느리는 삼성에서 직장생활을 해요. 손자가 둘입니다. 전 교수님은 1980년초 서울 경희대 인근에 있던 호프집 '이제'에서 가끔 만났었죠. 30여년만인가요? 정말 반갑습니다. 그때 국토개발연구소의 용역연구중이었는데…. 돌아가신 경희대 길용현 교수와 함께 맥주를 마시곤 했었죠?”(전상국 교수도 기억을 떠올리며 반갑게 인사)

■횡성으로 오시게 된 이유는

“9년전 생일 무렵 집사람과 우연히 횡성에 왔다가 정착을 마음먹게 됐어요. 터를 잡은 갑천면 상대리 웅골은 깊은 산속으로 처음 왔을 때는 개울물을 그냥 떠서 마셔도 될 정도였죠. 해발 400m가 넘는 곳인데 땅을 좀 마련하고 현직에 있으면서 틈틈이 내려와 전원주택을 직접 지었어요. 서울 방학동에 아파트가 있어 그때 가족들은 거기 살았죠. 2년여간 준비하고 (7년전쯤)은퇴한후 집사람과 아예 갑천으로 와서 횡성사람이 됐습니다.”

■생활은 어떻게 하십니까

“현직에 있을 때 3,300여㎡에 산양산삼을 심었어요. 지인의 소개로 시작했는데 6년만에 수확을 하게 되더군요. 연간 수확량이 꽤 되더라구요. 한 뿌리 3만원가량 되는 셈인데 수입이 괜찮아요. 하하하.”

■삶의 오솔길을 빨리 찾으신 것 같은데

“무의미한 말년이 싫었어요. 직장을 다닐 때는 괜찮은데 은퇴하고 나면 특별한 소일거리 없이 술이나 마시면서 세월을 보내는 주위 사람들을 보면서 생각을 하게 됐죠. 요즘 주변 사람들이 물어오면 시골에서 파란 마음, 하얀 마음으로 산다고 얘기하죠.”

■배움터를 꾸려 운영하게 된 계기는

“시골에서 자라는 학생들의 불편한 교육여건을 보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시작하게 됐죠. 때마침 삼성꿈장학재단(예전에는 삼성고른기회배움터)에서 지원하는 사업이 있었어요. 그래서 뜻있는 선생님들과 함께 시골 학생들을 위해 배움터를 열게 됐죠. 덕고폐교장은 농민회분들이 실버일자리 창출로 어른들을 지도하는 곳이었어요. 2007년 무렵부터 지역 불우어린이들을 위해 드림스타트 사업을 하게 됐죠. 배움터는 구현석 회장이 모든 살림살이를 합니다. 현재 서원, 청일, 둔내, 강림, 갑천 등 지역의 5개 중학교 학생 140여명을 방과후 지도하고 있어요. 시골 학생들은 학원도 못가고 학교가 끝나면 더 배울 기회가 없잖아요. 학생들은 모두 배움터 선생님들이 차량으로 태워오고 끝나면 다시 집에까지 데려다 줘요. 선생님들은 모두 일인다역을 해요. 트랙터로 운동장도 정비하고 나무도 심고 조경도 하고 학생들 등·하교 차량 운행도 책임지고….”

■공교육의 공백을 메우는 의미 있는 학교 같은데요

“농촌교육복지사업이라고나 할까요. 똑같은 형식이 아닌 차별화된 교육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복지라는 것이 차상위·기초생활수급자 등 모두에게 통일된 쪽으로 가는 것보다 계층에 상관없이 열악한 농촌교육환경을 바꿔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가능성을 열어주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열정을 갖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선생님들에게 봉급도 없이 실비 정도 지원하는 게 현실입니다. 배움터엔 5분 선생님들이 보람을 갖고 일해요. 서울대, 고려대. 이화여대를 졸업하신 분들이죠. 별도의 생계수단을 갖고 계신분도 있구요. 6년째 한결같이 배움터에서 학생들을 위해 일하시는 선생님들도 계시죠. 감사할 따름입니다.”

■배움터와 별도로 생태체험학교도 운영중이죠

“생태체험학교는 토·일요일에 운영합니다. 10가지 정도 프로그램으로 지난해부터 시작했습니다. 올해부터 주5일 수업제가 실시되면서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7명 선생님들이 생태체험학교 지도를 맡아 일하고 계십니다. (구현석 회장) 농촌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생태라는 의미를 잘 모르고 지나가요. 자연속에서 도구, 놀이터, 영역확장 등이 절로 되는데 말이죠. 학교 끝나면 곧장 집에 가서 게임이나 하게 되잖아요. 생태학교에 온 학생들은 그런거 금방 잊더라고요. 생태학교는 돈들여 인공시설을 하지 않고 인근 덕고산 등을 활용해 자연에 동화·도취되는 교육을 해요. (조원용 교장) 아이들이 이상한 노래만 알고 동요를 몰라요. 서울에서도 생태체험학교를 이용하러 와요. 프로그램은 자치기, 장치기 등 전통놀이가 대부분입니다. 밤에는 잠을 자지 않고 다양한 숲속 체험을 하거나 텐트조차 없이 야외에서 잠을 자기도 하죠. 자연 속에서 놀며 배우다보면 아이들이 휴대폰이나 이런 걸 오히려 불편해요. 아이들 마음이 자연 속에서 저절로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배움터와 생태체험학교의 프로그램은

“배움터는 국어, 영어, 수학 등을 중심으로 가르칩니다. 시골 학생들은 학교 공부말고 더 배울기회가 없잖아요. 학교 주변 45만평이 횡성 조씨 문중 땅입니다.(조 교장 역시 횡성 조씨) 숲의 보고입니다. 사당인 세덕사도 있습니다. 전통혼례체험, 야영, 활쏘기, 구기종목 운동도 맘껏 할 수 있어요. 학과목 공부말고 배울 것이 많습니다. 생태체험학교는 이 모든 자연을 다 활용합니다. 생태체험학교에 참가하는 서울 학생들이 평일 200~300명에 이를 때도 있어요. 학교 인근에 군에서 만들어 놓은 레포츠공원도 좋은 교육장입니다. 올해 배움터 시설인 덕고폐교장 시설 전체를 리모델링합니다.”

■횡성에 대한 예찬을 한다면

“친구나 지인들이 횡성생활에 대해 물어오면 동요를 불러줍니다. 현제명 선생의 '고향생각'이죠.'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어. 밝은 달만 쳐다보니 외롭기 한이 없다.' 이렇게 시작하죠. 처음에 어색했지만 이젠 밤의 적막이 너무 좋습니다. 솔직히 현실적으로 농사는 어렵죠. 부지런함이 좋은 답입니다. 두달에 한번쯤은 서울에 갑니다. 하지만 너무 답답해요. 서울에 사는 친구들에게 바보라고 놀려줍니다. 그렇게 답답한데서 어떻게 사느냐고. 하하.”

■앞으로 계획과 바람은

“지역사회와 교육당국의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때묻지 않은 아이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만들어줘 자신들의 잠재능력을 꽃피울 수 있게 돕고 자연에 동화되도록 해 줘야죠. 사정은 어렵지만 배움터와 생태체험학교가 내실있게 운영돼 지역 학생들과 생태학교를 찾는 학생들이 올바른 인성을 갖춘 사람으로 자라도록 도와야죠. 훌륭하신 배움터 선생님들과 힘 닿는 데까지 함께 노력할 생각입니다.”

횡성=유학렬기자 hyyoo@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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