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4일. 한국을 떠난 지 24시간 만에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 도착했다. 적도이지만 선선한 기후로 여기 사람들은 스웨터와 점퍼를 입고 다닌다. 교통상황은 최악. 최근 중고자동차가 급속도로 늘었다고 한다. 시내 전체가 주차장이다. 결국 계획했던 ICT 연수장 방문을 하지 못하고, 다음 일정인 김찬우 주케냐 한국대사가 주관한 만찬장으로 방향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새벽 2시부터 내리던 비가 날이 새며 그쳤다. 호텔 주변을 산책하는데 하늘에 무지개가 떴다. 케냐에 있는 동안 좋은 일만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마사이 마을을 방문했다. 이곳의 전통 가옥은 소똥집이다. 나무를 엮고 그 위에 소똥을 바른 집인데 냄새는 나지 않았다. 집 안에 들어서니 집주인과 그의 아내 3명, 어머니, 아이 5명 모두 10명이 환한 웃음으로 반겨줬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저녁밥을 위한 불을 피우며 갓 짜온 우유를 마셨다. 나도 준비해 간 막걸리를 권했다. 막걸리가 입에 맞지 않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닭 울음소리와 함께 마사이 마을의 아침이 밝아왔다. 집 안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지만, 밖에는 진동을 했다. 마사이 보마 일명 소똥집의 크기는 가로 6발자국 세로 4발자국이다. 내부는 들어가는 입구를 따라 통로 겸 베란다, 좌우로 방, 가운데가 부엌 겸 식당이다. 이 속에서 가족들이 함께 생활한다. 가축들도 함께 산다.
암보셀리 국립공원에서 3일째 밤을 맞았다. 보름달이 떴는데 적도 위라서 그런지 머리 위 하늘 정중앙에서 세상을 비추고 있다. 마치 해가 떠있듯 밝게 보였다. 바로 앞 산은 킬리만자로인데 노랫말처럼 구름인가 산인가 할 정도로 만년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아프리카 적도에서 추위에 덜덜 떨고 있다면 믿겠는가. 나는 큰 수건으로 몸을 감고 밤하늘을 바라봤다. 아침 6시, 대지의 여명이 밝았다. 지평선 끝에서 불붙듯 타올랐다. 그야말로 장관이다.
ICT 연수 수료식을 마쳤다. 마우스 잡는 법도 모르던 선생님들이 파워포인트를 하게 되었다고 케냐 교육부 관계자가 감사인사를 전했다. 무엇보다 연수받는 41명의 선생님들이 자신감과 더불어 고마움을 느끼고 있음이 큰 성과다.
케냐 교육부 장관을 만났다. ICT 교류 증진에 관한 대담을 나눴다. 차 한 잔 하자는 말도 하지 않네요. 순간 섭섭했지만, 이 또한 이들의 문화이거니 생각했다.
강원도교육청에서 지원한 컴퓨터를 40대 보유하고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여자중등학교(SOSIOT Girls Secondary School)를 방문했다. 학교에 들어서니 학생, 교직원, 학부모회장, 교육위원 등이 운동장에서 노래를 부르고 환영 꽃다발을 목에 걸어주며 맞이해줬다. 케냐에서 가장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케냐에서도 아이들과 선생님들을 만날 때가 가장 반갑고 좋다.
공식일정을 마치고 남은 하루를 사파리에서 보냈다. 나쿠루 국립공원에서의 하루가 그동안의 모든 피로를 풀어줬다.
일주일가량 케냐에 머무르는 동안, 어려운 조건에서도 희망을 일구어가는 케냐의 많은 학생과 선생님을 만났다. 돌아오는 기내에서도 그들의 눈동자가 계속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리고 우리가 그들과 맺은 소중한 인연이 더욱 깊어지고 오래 지속되기를 기원했다. 케냐의 학생들과 선생님을 만난 건, 우리의 작은 보탬이 그들에게는 큰 희망이 된다는 건, 우리에게도 큰 기쁨이고 행운이었다. 정말 고맙습니다. 아산테 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