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新 강원기행](149) 태백시 통리마을

산업화 시대 교통 요충지 `철도 역사공원'으로 다시 달린다

◇광산 전성기 시절 어마어마한 양의 무연탄과 수많은 승객들의 수송기지 역할을 해내며 호황을 누렸던 통리마을이 철도 역사공원 추진 등을 통해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마을 형상 구유통처럼 생겨 '통리'

스위치백 철도·한보탄광 호황 누려

무연탄·수많은 승객 수송기지 역할

영동선 지하철도 개통으로 직격탄

통리역~도계역 구간 역사 속으로

시설 고스란히 남아있고 전망 좋아

철도 역사공원 최적지로 손꼽혀

미인폭포·구문소 등 관광지 인접

탄광 문화체험관광 등 개발 가치

주민 산채 재배 등 농업발전 앞장

태백 통리마을은 태백시 황연동 15통과 16통에 걸쳐있다.

228세대 주민 498명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는 비교적 소규모 마을이지만 숱한 사연이 전해온다.

백병산과 우보산 연화산 등 해발 1,000m대의 높은 산들에 둘러싸인 마을 형상이 구유통처럼 생겨 통리(桶里)라고 부른다는 등의 지명 유래가 전해지고 있다.

400여년 전 조선조 광해군 때 청송 심씨 집안이 이주해 터전을 잡았으며 360여년 전인 현종대 이후로는 울진 장씨 집안 등도 이곳으로 옮겨왔다.

마을 뒷산인 우보산은 태백산이 신라의 오악 중 북악으로 숭배되던 시절 경주에서부터 오십천 등지를 거슬러오던 제례객이 잠시 머물러 하늘에 제사를 올리던 기도처이다.

우보산 기슭 느릅령(유령·楡嶺)에선 매년 봄이면 태백시 황연동과 삼척시 도계읍 주민들이 한데 모여 산령제를 올리며 향토발전을 기원한다.

보부상들의 교통로였던 느릅령에서 봉행되던 유령제는 2005년 유령제 봉사회 기금과 주민들의 특별 찬조금 등으로 산령당이 개축되면서 더 탄탄한 전통을 이어가게 됐다.

건축면적이 60㎡가량인 느릅령 산령당은 정면 3칸 측면 2칸 구조이다.

십장생도를 배경으로 호랑이 등에 앉은 산신령과 동자 등이 그려진 그림을 모셨다.

유령제 봉사회는 고문과 회장 부회장 총무 유사와 일반 회원으로 구성됐으며 매년 회원들의 이름과 태어난 간지를 적은 회원록엔 130명가량이 등재돼 있다.

종신회원들의 경우 30만원 이상의 회비를 내 가며 유령제를 봉행해 왔고, 주민들의 소원은 70여년 전부터 영동선 철도 발달과 한보탄광 개광 등으로 이어지며 성취됐다.

1916년 55세대 주민 267명이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는 통리마을은 귀리와 메밀 콩 팥 조 삼 감자 옥수수 등이 주요 소득원이던 산골이었다.

하지만 1940년 로프형의 강삭철도와 1963년 갈지자(之)형의 스위치백 철도 건설에 이어 1983년 한보탄광이 개광되면서 지역 주민들은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게 됐다.

국내 유일의 강삭철도와 스위치백 철도는 해발 680m인 통리역과 해발 245m인 도계역 간 영동선 철도 급경사 구간을 기차가 운행할 수 있도록 건설됐다.

강삭철도는 로프로 끌어올려 가며 기차를 운행시키던 철도이고 스위치백 철도는 전후진을 반복해 가며 기차가 운행되던 특수 철도이다.

이 같은 특수 철도의 관문 역할을 하던 통리마을은 태백시의 광산 전성기 시절 어마어마한 양의 무연탄과 수많은 승객의 수송기지 역할을 해내며 호황을 누렸다.

교통 요충지로 명성을 날리던 시절 통리마을 일대는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음식점과 슈퍼마켓 다방 여관 등이 들어서며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붐볐다.

하지만 이제 통리마을 일대는 현존하는 철도역사 유적지이다.

한보탄광 폐광에다 태백시의 동백산역~삼척시의 도계역 간 영동선 지하철도 개통으로 존망의 기로에 내몰리고 있다.

날마다 불야성을 이루던 통리마을은 1973년 서울행 지름길 철도인 태백시의 태백역~정선군의 고한역 간 태백선 철도가 뚫리며 1차 위기를 맞았었다.

통리역~영주역~원주역~청량리역을 거쳐 서울로 상경하던 승객들이 대거 태백역으로 발걸음을 옮겨버리자 마을 내 상당수 병의원과 식당 여관 등이 문을 닫았다.

이 같은 위기는 10년 뒤 한보탄광 개광으로 고비를 넘기는 듯했지만 2008년 한보탄광 폐광과 올해 영동선 지하철도 개통으로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무연탄 835만톤가량을 채탄하던 한보탄광은 1990년대 초만 해도 종업원 수가 1,000여명 규모인 광산을 가동하며 지역경제를 살찌웠다.

그러나 1997년 모기업인 한보그룹의 부도 사태 이후 사세가 급격히 기울어지던 한보탄광이 2008년 급기야 폐광되면서 통리마을엔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선 동백산역~도계역 간 영동선 지하철도가 개통되며 통리역~도계역 간 영동선 지상철도마저 폐쇄돼 도시 공동화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연화산 산속을 파고드는 동백산역~도계역 간 영동선 지하철도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1999년부터 5,368억원을 들여 17.8㎞ 규모로 건설했다.

영동선 지하철도는 이 구간 기차 운행 시간을 16분으로 종전의 36분보다 20분이나 단축했으며 기차 운행 가능 횟수도 1일 35회로 종전의 30회보다 5회를 늘렸다.

이 구간 영동선 지하철도엔 국내 최장 거리의 루프형 지하철도인 솔안터널 16.7㎞가 자리 잡고 있어 한국 철도역사에 새로운 지평선을 열어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동백산역~도계역 간 영동선 지하철도 개통은 통리역~도계역 간 지상철도가 폐쇄되도록 해 통리마을에는 커다란 악재가 됐다.

통리역은 2000년대 들어서도 연간 무연탄 수송량이 2005년 103만톤, 2009년 90만톤, 2010년 67만톤이나 돼 지역 경제를 선도했지만 이제는 유휴시설이 됐다.

스위치백 지상철도 관문 역할을 하던 통리역이 폐쇄되면서 음식점을 비롯한 업소들은 개점휴업 상태로 전락했고 이주를 고민하는 주민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통리지역 공동화위기 비상대책위원회와 통리 현안대책위원회 등 주민 단체들은 관광산업 육성 등을 통해 지역의 정주기반을 재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통리마을이 도시 공동화 현상을 면하려면 철도 역사공원과 탄광문화 체험 관광지 조성 등을 통해 하루라도 빨리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4일 연화경로당에서 열렸던 비상대책 회의에서 통리지역 공동화위기 비상대책위원회는 철도 역사공원 조성 등을 태백시에 강력히 요청했다.

통리역~도계역 간 스위치백 영동선 지상철도 구간은 동백산역~도계역 간 영동선 철도 지하구간 개통전 추억 여행을 즐겨보려는 관광객이 대거 모여들며 인기를 끌었다.

아직도 녹슬지 않은 레일 등 철도시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데다 아득히 먼 곳 경치까지 바라다 보이는 전망 등이 일품이어서 철도 역사공원 개발 적지로 비쳐지고 있다.

광구 면적이 1,917㏊였던 한보탄광 폐광지 일대 역시 채탄 갱도와 채탄 장비, 무연탄 운탄 기차 저탄장 등이 완벽하게 보존돼 있어 탄광문화 체험 관광지로의 개발 가치가 크다.

김석순(57) 전 한보탄광노조위원장은 “한보탄광 폐광지 일대 시설과 장비 등은 아직도 정상 가동될 수 있는 상태여서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개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천연림이 울창한 백병산 기슭의 한보탄광 폐광지는 야생화 공원 등 자연친화형 관광지로 연계 개발되면 커다란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태안디앤아이와 (주)미현재는 2009년 한보탄광 폐광지 일대 432만㎡에 오는 2020년까지 3,580억원을 들여 태백 내추럴파크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내추럴파크엔 허브와 야생화 숲 등을 주제로 한 휴양 테마리조트와 워터파크 등 시설이 들어서 관광객들이 생태 관광 등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철도 역사공원과 탄광문화 체험 관광지 등이 조성되면 관광객들은 자동차로 10여분 거리의 미인폭포와 구문소 등지를 순회 관광할 수 있다.

삼척시 도계읍 심포리 오십천 최상류 지역의 미인폭포는 국내 최대의 단층지대로 높이 50m가량이나 되는 폭포수를 쏟아내는 장관을 연출한다.

오순도순 남부러울 것 없는 가정 생활을 누리던 한 미인이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숨을 거두자 그리움을 견디지 못해 투신했다는 전설을 간직한 폭포이다.

슬픈 사랑의 전설이 깃들어 있지만 매머드급의 탄전지대인데다 한국판 그랜드 캐니언이라고 일컬어질 정도의 대형 탄층지대여서 매장량이 5억 배럴 이상인 자이언트 유전을 개발해낼 수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태백시 구문소동의 구문소는 낙동강 물길이 태백산 자락의 절벽을 뚫고 흘러내리는 관광명소로 2000년 4월 천연기념물 지대로 지정됐다.

해발 600m대가량의 고지대이지만 고생대 무렵엔 바다밑에 가라앉아 있던 해저 지대였을 것으로 추정되며 삼엽충을 비롯한 고생대 화석이 다수 발견되고 있다.

구문소 인근에 2010년 문을 연 태백 고생대자연사박물관은 4억7,000만~1억5,000만년 전의 고생대 신비를 낱낱이 보여줘 호평받고 있다.

백병산과 우보산 연화산 등 해발 1,000m대이상의 고산 기슭에 둥지를 틀고 있는 통리마을에서는 향토색 짙은 산채 재배로도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1961년부터 50여년간 농사에 매달려온 권도춘(64)씨 등은 고산기후의 장점을 살린 산채 재배로 부농의 꿈을 일궈나가고 있다.

권씨는 곰취와 어수리 곤드레 산마늘 누룩취 등 집 뒤의 백병산은 물론 마을 인근의 우보산과 연화산 등지에서 자생 중인 산채 재배에 잇따라 성공했다.

통리마을은 봄이 늦은 고산지대인 만큼 일반 농업서적이 소개하는 영농 이론을 그대로 적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가며 작목별 재배법을 터득하고 있다.

우성용(55) 태백시농업기술센터소장은 “권씨가 10여번에 1번꼴로 성공 중인 각종 산채 육묘 요령 등은 태백 농업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서늘한 기후 속에서 길러내는 산채 모종 등은 전국 도처로부터 주문이 쇄도하며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며 연평균 1억여원의 소득원이 되고 있다.

권씨는 “매년 순수익 중 50%가량은 파종 시기와 상토 육묘 하우스 내 온도 등을 바꿔가며 새로운 산채 육묘법을 터득해가는 데 쓰고 있다”고 했다.

주민들은 역사공원과 탄광문화 체험 관광지 조성 등 대책이 뒷받침되면 통리역 일대는 제2의 전성기를 누릴 수도 있을 것이라데 폭넓게 공감하고 있다.

권기옥(65) 통리지역 공동화위기 비상대책위원장은 “태백시와 한국철도 등이 철도역사공원 조성 등에 적극 나서 주면 통리마을의 회생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했다.

태백=장성일기자 sijang@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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