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르포-금강산관광 중단 4년] “사방이 폐허…관광 재개만이 유일한 희망”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지난 2008년 7월11일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으로 중단된 금강산 관광이 오는 12일로 4년을 맞는 가운데 관광 중단 이후 문을 닫은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의 상가들이 폐허로 변해 있다. 고성=정래석기자

마차진리~명파리 인적 끊겨

상가 열어도 손님 아예 없어

인근 횟집단지 절반 휴·폐업

1,300억 피해 지역기반 흔들

정부 지원 등 대책마련 시급

“전기요금 체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이제는 가게가 부도 직전이야, 내년까지 금강산 관광이 안 열리면 장사를 그만두고 이곳을 떠나야지.”

한때 남북화해의 상징이던 금강산 관광이 2008년 7월 북한군에 의해 관광객이 피격되면서 중단된 지 11일로 만 4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정부의 지원 대책마저 없는 고성지역은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한채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

10일 기자가 찾은 현내면 통일전망대 매표소가 있는 금강산 관광 길목이자 동해안 최북단 마을인 마차진리에서 명파리 마을을 지나는 동안 2차로에는 띄엄띄엄 군용 차량과 전망대를 오가는 승용차만 지나칠 뿐 인적은 찾아볼 수 없는 적막강산(寂寞江山)이다. 도로변에 즐비하게 들어선 건어물 상가 및 횟집, 식당 대부분은 주인을 잃은 채 폐허로 방치되어 있었으며 간간이 문을 연 상가에도 손님의 발길은 찾아볼 수 없어 한때 금강산 관광차량으로 성황을 이루던 곳이라고는 도저히 짐작이 안 됐다.

도로변에서 30년째 금강산건어물 가계를 운영하는 박완준(71)씨는 해녀인 부인(박정임·67)이 새벽 4시부터 오전 11시까지 연안 앞바다에서 자맥질해온 성게에서 알을 꺼내는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부인과 함께 작업을 하던 박씨는 성게가 우리 집의 유일한 생계수단이자 하루 일과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박씨는 폐허로 방치된 주변 상가들을 가리키며 모두가 금강산 관광특수를 기대했다가 관광 중단으로 빚더미에 올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씨 부부는 “그동안 내 집이라서 근근이 버텨왔지만 이제는 상가를 지으면서 얻은 수억원의 빚 독촉에다 한달에 150만~250만원의 전기요금마저 내지 못해 연체금이 누적된 상태”라며 “이미 더 이상 버틸 여력은 없지만 그래도 내년에는 관광이 재개될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힘겹게 버텼다”고 했다.

또 “주민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정부가 금강산 관광을 시작한 만큼 발 빠른 관광재개는 물론 정부차원의 세금감면 등 주민생계 대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문을 열어 놓은 인근 3~4곳의 가게 주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다들 뚜렷한 대책이 없어 문은 열었지만 하루 종일 공치기 일쑤여서 인건비는 커녕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다.

한 주민은 차라리 관광이 중단된 첫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떠났더라면 마음고생은 안 했을 것이라고 했다.

인근 대진항의 상인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찾는 이들이 끊기면서 기존 일반 횟집단지 8개와 어촌계 활어센터 10개 중 절반가량이 휴·폐업을 한데다 20억여원을 들여 준공한 대진항 수산시장도 입주자를 못 찾아 8개월째 방치되고 있다.

4년째 관광이 중단된 고성지역의 경우 현재까지 상가 및 숙박업소 휴폐업과 관광객 감소 등 상경기 침체로 직간접 피해액만 월평균 30억원씩 총 1,300억원대에 이르고 있다.

또 실직한 가장들이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떠나면서 한부모가정이 100세대 214명으로 늘어나고 지방세 체납액도 53억6,000만원에 달하면서 지역경기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어 발 빠른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

고성=정래석기자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강원의 역사展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