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산은 '목민심서'에서 중앙의 관직인 경직(京職)보다 지방의 관직인 외직(外職)을 더욱 중요시했다. 그 이유는 중앙 관료들은 주로 왕을 상대하지만, 지방 관료들은 경직과 달리 직접 백성을 다스리고 대면하며 허가하고 처벌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이권과 부정부패가 개입될 소지가 크다.
▼ 뿐만 아니라 외직은 전정, 군정, 환곡, 세금 징수, 노역의 부과 등 금전 및 현물 문제를 다루므로, 청렴성을 갖춘 사람이 아니고는 감히 목민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산은 백성이 산처럼 높고 무겁고 힘을 가진 자라는 것을 일깨우며 공직자는 네 가지를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온 세상에서 가장 천하고 호소할 데 없는 것도 소민이요, 세상에서 가장 높고 무거워 산과 같은 것도 소민이다. 요순 이래로 성현들이 서로 이으며 경계한 바가 요컨대 소민을 보호하려는 것이라 이것은 모든 책 속에 실려 있고 사람의 귀와 눈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상관의 지위가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백성을 머리에 이고 싸우면 대개 굽히지 않을 자가 드물다”, “아래로는 백성을 두려워하고 위로는 탄핵기관인 각신(閣臣)을 두려워하고, 또 그 위로는 조정을 두려워하고, 그 위로는 하늘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공직자는 백성을 위해 공직을 수행하며 맨 먼저 백성을 두려워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 내년부터 지방공무원들의 6급 근속승진 기회가 대폭 확대되고 7·8급 근속승진 기간이 단축된다. 근속승진제란 실무직 장기 재직자의 승진 적체 해소를 위해 상위직급에 결원이 없더라도 일정 기간 이상 재직한 공무원을 승진 임용할 수 있는 제도다.
▼ 행정안전부는 먼저 6급 공무원 정원의 15%로 제한한 근속승진 인원 상한선을 폐지하기로 했다. 지방공무원의 승진 기회가 더 넓어진 만큼 '위민 행정'의 질도 넓고 깊어야 한다.
권혁순논설실장·hsgweon@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