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바로 정선군 관광안내소입니다. 시내 주 도로를 따라 500m를 간 후 다리를 건너 삼거리에 이르면 좌회전해서 쭉 산을 따라 올라가세요. 거기가 병방치 군립공원입니다. 병방치 동강 전망대에서 굽이치는 동강 물줄기와 한반도 지형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정선읍내로 들어오셔서 곤드레 나물밥을 드시고 정선아라리촌을 관람하세요. 그리고 화암면 화암8경을 보러가세요, 화암약수도 마시고 계곡물에 발도 담그고, 정선 소금강에 도착하면 좋은 풍경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서덕웅(67) 정선군 문화관광해설사는 정선이 가진 아름다움과 문화유산이라는 원석을 잘 다듬어 관광객들에게 한국 최고의 테마여행지라는 보석으로 다듬어 내놓고 있다.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과 유서깊은 유산이 있더라도 정작 이들을 빛나게 하는 건 결국 사람의 몫이다. 쉽게 지나치거나 가려질 수 있는 평범한 눈에는 여느 곳과 다름없는 강, 산, 옛 가옥일 수 있는 많은 것을 보석으로 반짝이게 하는 사람. 경남 진주 출신의 서덕웅 정선군 문화관광해설사가 제2의 고향으로 삼은 정선에 뿌리를 내리면서 선택한 일이 지역의 문화유산과 아름다움을 소개하고 안내하고 해설하는 일이다.
정선을 알리는 데 서덕웅씨는 막힘이 없다.
“정선 하면 사람들은 아우라지, 레일바이크, 민둥산과 같은 유명한 여행지만 알고 있는데 골짜기마다 다양한 역사와 문화의 흔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고려말 조선 개국에 반대했던 고려 신하들이 은둔했던 황해도 두문동과 같은 지명이 정선에도 있어요. 두문동에서 일곱사람(칠현)이 이곳 정선까지 도망 와서 살던 고소 있는데 아직도 마을 이름이 '칠현'이죠. 또 임계에는 구미정이라는 곳이 있는데 계곡과 절벽 경치가 뛰어난 곳에 정자가 있는 작은 마을이다. 때묻지 않은 순수의 자연 속에 당쟁을 피해 은거했던 선비들이 살았던 곳입니다.”
그의 해박한 지식과 친절한 설명은 여행자들에게 오아시스처럼 정선의 궁금증을 해갈시키는 역할을 한다. 여행자가 원하는 몇 마디 말만 듣고도 수십 종의 팸플릿과 여행지도 가운데 필요한 것을 바로 골라 여행자에게 상세하게 안내한다. 돌아가는 길과 빠른 길은 물론 그곳에 가서 꼭 보고 느껴야 할 것, 주변 볼거리, 먹을거리 등 필요한 정보가 막힘없이 술술 흘러나온다.
■ 정선에 오기 전엔 무엇을 했나
태어난 고향은 진주다. 경남 진주에서 가난한 집의 8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부친의 병환과 가정형편이 어려워 2년여를 중학교 진학을 미루고 가장의 역할을 해야 할 정도로 가난했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머리는 좋아 부산 경남고와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사회 첫발은 국립보건연구원에서 시작했다. 첫달 봉급 1만7,000원이라는 박봉으로 외지생활을 해야 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5개월여만에 그만두고 유유산업이라는 제약회사에 입사해 3년여동안 영업부에서 활동했다. 영업에서 어느정도 능력을 인정받게 되자 자신이 붙었다. 현대자동차로 자리를 옮겨 22년만에 자동차 2,000여대를 팔아치우며 영업부 '장인'에 등극한 것은 물론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렸다.
■ 왜 잘나가던 영업을 그만두고 정선에 오게 됐나
25년을 현대자동차에서 근무를 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나자 고객들이 불편해하는 시기가 오더라. 처음에는 선배들, 나이가 자신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영업을 했지만 (내)나이가 많아지면서 어느 순간 뒤돌아보니 후배들에게 차를 팔고 있었다. 후배들 보기에도 민망하다 느끼면서 본격적인 귀농을 준비했고 1998년 IMF가 터졌을 땐 귀농을 위해 하늘이 준 기회라고 느끼고 바로 퇴사했다.
■ 다른 곳도 많을 텐데 왜 하필 정선으로 오게 됐나
귀농을 위해 많은 지역을 다녔다. 조용하고 깨끗한 곳에 정착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고향 쪽은 물론 지리산 자락과 평창까지 와봤었다. 하지만 지리산 쪽은 너무 멀고 평창은 이미 많은 지역이 개발되면서 땅 값이 많이 오른 상태였다.
그렇게 3~4년을 돌아다니며 정착할 곳을 찾다가 우연히 수년 전 친구들과 함께 왔던 가리왕산이 생각났다. 가리왕산휴양림 개장때였는데 그때 맡은 '소나무향'이 그리워 가리왕산을 찾아오다 보게 된 곳이 바로 정선읍 귤암리다. 동강을 끼고 푸른 산을 간직한 천혜의 지형이라 생각해 그곳에 정착하게 됐다.
■ 귀농·귀촌시 실패하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다.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
1997년부터 영업에 회의를 느끼고 귀농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많은 준비를 했다. 내 손으로 집을 짓고 싶었고, 농촌에서의 취미생활까지 신경썼을 정도였다. 그래서 일일이 찾아다니며 배우고 자격증을 땄다. 실내건축기능사, 건축목공기능사, 조적기능사, 도장기능사… 집을 짓기 위한 자격증을 모두 땄다. 현재 살고 있는 집도 내가 직접 지은 집이다. 또 혼자서 공부를 하며 장승을 만들다 실력에 진전이 없어 갈촌까지 찾아가 갈촌 탈박물관 부설 장승학교도 수료했다. 이젠 어느 정도 실력을 갖췄다고 자부할 만큼은 된다.
■ 고향이 아니면서도 어떻게 정선의 문화와 관광을 잘 이해하고 알아야 하는 문화관광해설사의 길을 걷게 됐나
정선에 와서 친해진 인물 중 하나가 배선기 노인회장이다. 당시 문화원장직을 맡고 있던 배선기 회장과 잦은 술자리를 하게 됐는데 그러면서 정선 토박이 인물들과 많이 사귀게 됐다. 그러던 중 배 회장이 문화유산해설사를 해보라는 권유를 했고, 2001년 5월 문화재청과 문화원에서 교육을 받으면 문화유산해설사가 될 수 있었다. 정선군 제1호, 아니 강원도 제1호 문화유산해설사가 됐고 이후 문화관광해설사로 명칭이 바뀌었다.
처음 문화유산해설사가 됐을 때는 일이 없어 2년 정도를 쉬어야 했다. 2004년부터 정선문화원 향토사 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책을 보며 정선에 대해 연구했고, 여태껏 공부하는 중이라고 보면 맞다. 정선 문화관광해설사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지도를 보며 지리를 익히고 한달정도는 무작정 차를 끌고 나가 이곳저곳, 샛길까지 다 다녀봤다. 당시에는 3명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정선군내 10여명이 활동 중이다. 10명 중 7명이 (나처럼) 외지에서 들어와 정선에 정착한 외지인이다. 1주일에 3~4일을 교대근무하며 관광안내소에서 관광객을 맞이하고, 단체나 수학여행단이 예약을 하면 정선아라리촌을 비롯한 정선군 관내 어디든 출장을 나가 문화관광해설사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
■ 제2의 고향이 된 정선 귤암리 마을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나
정착할 당시에는 동강댐 백지화 이후 지역내 온갖 갈등이 있었다. 당시 마을 발전과 화합을 위해 새농어촌건설운동에 참여해야 했는데 2005년까지 제대로 이를 실행하지 못했다. 청년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혼을 내기도 하고 함께 나서 노인들을 찾아다니며 동참을 호소하기도 했다. 2006년에는 새농어촌건설운동 단장을 맡아 마을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회비를 각출해 200만원을 갖고 처음 새농어촌건설운동을 하게 됐다. 그 해 정선군우수마을, 이듬해 정선군 최우수마을, 2008년이 돼서야 강원도 우수마을에 선정되며 강원도로부터 5억원의 상사업비를 지원받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농촌진흥청사업인 동강할미꽃마을 농촌건강장수마을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했고, '효동과 효리의 개바우 전설'이라는 그림동화책을 마을자체적으로 발간해 초·중학교 효(孝) 교육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 시간을 쪼개서 생활하고 있는 듯하다. 여가활동도 하나
한국의 전통문화인 장승과 솟대에 관심이 많다. 시간만 나면 집에 만들어 놓은 작업장에서 장승을 깎고 솟대를 만든다. 아내(김정숙·65)는 한국화를 40여년 그려온 화가다. 아내는 시간 날 때마다 많은 작품을 내놓거나 작업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데 부럽기 그지없다. 그래서 나름 준비하고 시작한 것이 장승이다. 갈촌 탈 박물관에서 장승학교를 수료했고 강원도 기능경기대회 솟대만들기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이젠 남면 개미들마을에서 수학여행단을 대상으로 전통문화 체험강사로 활동하고 정선지역내 초·중·고교에서 장승과 솟대만들기 전통문화체험강사도 병행하고 있다. 이젠 취미를 넘어 이것도 직업이 되는 것 같다(함박웃음).
■ 앞으로의 계획은
우선 내년부터는 농촌진흥청이 주관하는 농촌교육농장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귀농귀촌인은 물론 학생들을 위해 농사문화와 설화·전설 등을 교육하고 야생화공원도 만들 생각이다. 아내인 김정숙 화가가 천연화장품과 비누, 향주머니 등을 만들고 이에 대해 교육하는 일에 동참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정선된 정선이야기'를 책으로 내고 싶다. 정선의 관광과 문화유산, 설화, 옛 이야기를 개별적으로 정리해 정선이 가진 정선만의 이야기를 정선해 쓰고 이를 후손에 물려주고 싶다.
정선=김영석기자 kim711125@kw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