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2013 신춘문예]눈동자에 살고 있는 구름

시 정선희

눈동자를 자주 쳐다보는 사람은 언젠가 떠나게 되어있지

눈동자는 또 다른 눈동자를 부추기지 검은 눈동자 흰 눈동자 눈동자에 살고 있는 구름

하늘에 있는 구름이 눈동자 속으로 흘러들면

그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가 없게 되지

구름이 풀린 사람을 본 적 있니? 흰구름이

검은 구름을 침범한 걸 본 적 있니?

그는 눈동자에 발목을 잡힌 사람,

그의 눈동자는 지금 여기를 보지 않고

언제나 저 멀리 허공을 보고 있지

오래 전 김시습이 그랬고 임제와 김삿갓이 그랬던 것처럼 그는 세상에 없는 길을 찾고 있지

구름처럼 하늘과 땅을 오르내리고 있지

만약 저들 중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당신도 벌써 구름이 선택한 사람,

만약 스튜어디어스나 등반가를 꿈꾼다면

당신은 벌써 구름에 중독된 사람

사람 마음이 열두 번도 더 바뀌는 것도

구름 때문이야

마음을 붙잡고 싶다면

눈동자를 매달아 두는 게 좋을 거야

쉿! 저기 저 구름

조심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