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新 강원기행](163) 태백시 삼수동 귀네미마을

◇태백시 삼수동과 삼척시 신기면 대이리간 경계 지점의 귀네미마을 전경.

발길 닿는,

첩첩산중

광동댐 건설에 따른 실향(失鄕)의 아픔을 거뜬하게 극복해내며 부촌(富村)의 꿈을 알차게 키워나가고 있는 태백시 삼수동 귀네미마을. 태백시 삼수동과 삼척시 ㅣㄴ기면 대이리간 경계 지점의 귀네미마을은 광동댐 수몰지역 주민 37세대가 1985년 새로운 둥지를 튼 곳이다.

광동댐 수몰지역 주민 37세대가 새로 둥지 튼 곳

해발 1,071m…빠르면 10월 초순, 늦으면 5월 초순까지 눈 내려

광각렌즈 카메라로 한번엔 앵글 담기 어려운 광활한 배추밭 '장관'

마을 뒷산 올라보면 일출 아름다워…동해바다는 손에 잡힐 듯

국내 최대 규모 풍력단지도 색다른 볼거리 제공

■댐 건설후 고향마을이 수몰되는 비운

귀네미 마을 주민들이 대대로 살던 삼척시 하장면 광동리와 숙암리 조탄리 등지 151만여㎡는 광동댐이 건설되며 수몰되는 비운을 겪었다. 태백시와 삼척시 정선군 영월군 등 4개 시·군 지역의 상수원인 광동댐은 한국수자원공사가 1984년부터 1989년까지 316억여원을 들여 건설했다. 댐 높이가 39.5m 총 저수량이 1,100만톤 가량인 광동댐이 없었으면 태백시를 비롯한 4개 시·군 지역은 가뭄때마다 극심한 물난리를 치러야할 형편이다.

대대로 농사를 짓던 옥토를 광동댐에 내주고 귀네미마을로 이주해온 주민들은 천연림이 울창하던 고산 기슭을 고랭지 배추 재배 단지로 개간해 냈다. 빠르면 10월 초순, 늦으면 5월 초순까지 눈이 내리는 귀네미 마을은 매년 5월 하순부터 9월말까지는 시퍼런 배추밭 풍경이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머리 위에 높다란 하늘이 펼쳐지고 있는 덕항산 기슭 밭에서 재배되는 귀네미 마을 배추는 고소한 맛과 신선도 등이 뛰어나 쌈거리 채소 등으로 폭넓은 인기를 끌고 있다. 광각렌즈 카메라로도 한 번 만엔 앵글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광활한 면적의 배추밭을 품에 안고 있는데다 판로 걱정도 없어 남부럽지 않은 삶의 터전이 되고 있다.

가파른 비탈밭이어서 짭짤한 소득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처럼 보이지만 일등 농민 귀네미골 주민들의 땀방울이 100여일간 스며들면 옥토나 다름없는 수익을 거두곤 한다. 3~4년에 한 번 가량꼴로 배춧값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릴때면 너도나도 수억원씩의 소득을 올렸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나가곤 한다.

으뜸 품질의 청정 배추에다 이색적인 농촌 분위기 등은 관광자원으로서의 잠재력도 큰 것으로 여겨져 2009년엔 관광농원식의 농가맛집이 들어섰다. 마을 주민들이 공동 운영중인 농가맛집은 갖가지 산촌 음식에다 산촌생활 체험 프로그램 등을 관광 상품화시켜 이구동성으로 호평받고 있다.

농가맛집에서 식탁에 내놓고있는 산촌 음식은 손두부와 묵은지찜 도토리떡 산채 장아찌 산돼지수육 등으로 맛은 물론 건강에도 일품이다. 산촌 생활이 궁금해 귀네미 마을 농가맛집을 찾는 관광객들은 장작 아궁이에 불을 지펴보고 화로에 감자와 옥수수 등을 구워 먹는 재미도 즐길 수 있다.

산뜻한 공기가 일품인 농가맛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관광객들이 이른 새벽 10여분을 걸어 마을 뒷산을 올라보면 시뻘건 아침해가 솟아오르는 일출 장면을 구경할 수 있다.

마을 뒷산 정상, 즉 백두대간 능선에선 해맑은 아침 햇살 사이로 동해바다의 넘실대는 파도와 동해 삼척시 등지의 아파트단지 등이 손에 잡힐 듯 바라다 보인다.

■선녀가 목욕했던, 일출이 아름다운 마을

'일출이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표지석까지 마을 입구에 세워진 귀네미마을엔 양력 설 또는 음력 설 때면 새해 아침 태양을 맞이하려는 관광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백두대간 능선 너머 1시간 거리엔 국내 최대의 지하 동굴로 손꼽히는 삼척시 신기면 대이리의 환선굴이 자리잡고 있어 연계 관광이 가능하다. 가을 김장철이 되면 귀네미 마을 등지 지하수로 빨려들어간 배추잎 등이 땅속 수맥을 따라 흘러 환선굴을 통해 지상으로 빠져나가곤 한다.

석회석 지대인 귀네미 마을~대이리간 덕항산 기슭엔 환선굴과 함께 대금굴 관음굴 등 크고 작은 지하동굴들이 다수 발견돼 지질학자들의 발걸음이 잇따르고 있다.

백두대간 산마루길 등산로에서 지척거리의 산기슭에만 깊이가 20m 가량 되는 수직 동굴인 양터목세굴이 있어 관광객들의 눈길을 아찔하게 만들고 있다.

1966년 천연기념물 제178호로 지정된 대이리 동굴지대 동굴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환선굴은 1996년부터 일반인들에게 공개돼 지하 동굴의 신비를 엿보게 해주고 있다. 종유석과 석순 등 석회석 2차 생성물이 즐비한 환선굴은 근처 하천에서 목욕을 하는 선녀의 모습이 주민들의 눈에 자주 띈데서 명칭이 유래됐다고 전해지고 있다.

복수초 얼레지 등 야생화들이 철따라 꽃망울을 터뜨리는데다 가을 단풍과 겨울 설경 등도 뛰어난 환선굴 일대 덕항산 기슭은 자연학습 적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귀네미골 농가맛집 또는 환선굴 관광객들은 귀네미마을~대이리간 덕항산 등산로 산행까지 하면 한결 더 값진 추억 여행이 될 수도 있다.

해발 1,071m나 되는 귀네미마을~대이리간 덕항산 등산로 일대엔 지난해 5월 국내 최대 규모의 국산 풍력단지가 들어서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남부발전이 국산 풍력을 개발한지 10년만에 결실을 보게 된 귀네미골 풍력발전단지엔 2㎿급 발전기 9기가 들어서 연간 4만4,623㎿h가량의 전력을 생산해낸다.

연간 1만1,150톤 가량의 원유수입 대체효과를 거두게 될 귀네미마을 풍력발전단지는 1만6,500세대에 청정에너지를 공급하며 온실가스 2만7,694톤을 감축시키게 된다. 한국남부발전은 귀네미골 풍력발전단지에 이어 평창군과 정선군 삼척시 경북 김천시와 봉화군 등지에 총 100기가량의 풍력발전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산들바람에도 대형 회전날개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귀네미마을 풍력발전기들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해가며 한국철도의 내일로(Rail路) 관광객들로부터 호평받고 있다.

■풍력발전단지와 어우러진 신(新) 관광명소

2006년 850㎾h급 발전기 8기가 1차 건설됐던 매봉산 풍력발전단지에 내일로 관광객들이 줄지어 찾아들자 2011년 7월부터는 여름 관광 성수기 때마다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풍력발전 관광단지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자 시내 일원을 돌고 있는 시티투어 버스 노선에 매봉산 귀네미 마을 등지를 추가시켜 달라는 관광객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기도 하다.

시티투어 버스가 귀네미마을까지 운행되면 내일로 관광객 등의 발걸음이 줄을 이으면서 관광명소로서의 위상은 한층 더 높아질 전망이다. 귀네미마을 풍력발전단지가 태백산 도립공원과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 등 여타 관광지와 연계관광되면 1박2일 이상 코스의 관광자원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고랭지 배추단지에다 풍력발전단지 대이리 동굴지대 등 트로이카형 소득원을 갖추고 있는 귀네미 마을은 예로부터 우이령(牛耳嶺) 또는 우이곡(牛耳谷)으로 불리던 명당터다. 조선시대 비결서인 정감록(鄭鑑錄)은 우이령 일대를 전쟁이 일어나거나 환난의 시대가 닥칠 때면 이상향으로 가는 고갯길 역할을 하는 마을로 소개했었다.

태백산 일대를 신성시하던 선조들은 각종 비결서 등을 통해 강원도 남부지역과 경상북도 북부지역에 가장 소중한 가축으로 꼽히던 소(牛)와 관련된 지명을 많이 남겼다. 태백시 황연동과 삼척시 도계읍 신리 경계 지점의 태백산 동쪽엔 국내 최대 규모의 탄광인 경동탄광이 가행되고 있는 소부치(우각치·牛角峙)가 있다.

영월군 중동면 내리와 경북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 경계지점의 태백산 서쪽엔 알짜 금광으로 여겨지던 금정광업소가 둥지를 틀었던 우구치(牛口峙)가 있다. 금정광업소는 태백시 소도동의 함태탄광이 이를 경영하다 1993년 함태탄광이 폐광될 때 함께 문을 닫았지만 아직도 어마어마한 양의 금이 묻혀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구치 산너머 마을인 영월군 상동읍 구래리에선 세계 최대의 텅스텐 광산으로 자리매김된 대한중석의 상동광업소가 가동되던 곳이기도하다. 중국산 중석의 덤핑 공세를 이겨내지 못해 20여년전 폐광됐던 상동광업소는 근래들어 국제 중석값이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이자 지난해 재개광됐다.

태백시 삼수동과 삼척시 신기면 대이리 경계 지점의 태백산 북쪽엔 이처럼 대형 광산들은 없지만 광활한 면적의 고랭지 배추 밭 등이 주민들의 삶에 활기를 불어넣어주고 있다. 몇몇 연로한 주민들은 태백산 일대엔 금정광산에 맞먹는 대형 금맥이 2개소 가량 숨겨져 있다는 전설에 따라 귀네미마을 일대에도 커다란 관심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신순자 농가맛집 대표는 “귀네미골은 30여년전만 해도 첩첩산중이었지만 고랭지 배추밭 개간과 풍력발전단지 건설 등에 힘입어 부자 마을로 탈바꿈되고 있다”고 했다.

태백=장성일기자 sijang@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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