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이후 탐방객 수 정체
상가 80% 주말에도 문 닫아
시설·볼거리 수십년째 그대로
정부 차원 인프라 확충 나서야
국민 방문 선호도 1위, 한국 대표 수학여행 관광지로 대변되던 설악산의 명성 되찾기가 시급하다.
탐방객 수가 전국 국립공원 가운데 3위 자리도 위태로운 데다, 설악동 내 226개 숙박·상가 중 평일에는 90%, 주말에도 80%가 문을 닫는 등 끝이 안 보이는 침체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2004년 설악산에는 전국 20개 국립공원 탐방객 2,666만명 중 12.4%인 330만명이 찾았다. 이는 서울 북한산에 이어 두 번째였다. 하지만 전국 국립공원 탐방객 수가 4,080만명으로 증가한 2011년 설악산 탐방객 수는 375만명으로 정체되며 9.2%에 그쳤다. 특히 2008년부터는 한려해상국립공원에 탐방객 2위 자리를 내 준데 이어 2010년에는 한때 탐방객이 급증한 변산반도국립공원(409만명)에 3위 자리마저 빼앗기기도 했다. 지리산의 경우 둘레길 개발로 전국에서 발길이 몰려들고 있지만 설악산은 돌파구를 못 찾고 있다.
수십년간의 개발 제한, 더딘 교통망 및 관광시설 확충, 도와 해당 시·군의 마인드 부족 등의 여파로 명성이 날로 쇠퇴하고 있다.
반면 김대중 정부에서부터 본격화된 J(전남)프로젝트 및 영호남 KTX 건설 등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서남해안권은 동해안권 관광수요까지 흡수하고 있다.
관광업계는 새만금방조제 거가대교 인천대교 등 초대형 시설물, 서해안고속도로와 KTX 등을 서남해안권 관광객 증가 요인으로 꼽고 있다. 수십 년간 이어진 역대 정부의 국토 불균형 투자의 여파가 관광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설악권 일대 복합관광중심지대 육성'을 강원 8대 공약으로 제시했었다. 이를 위해서는 오색로프웨이, 설악동 재개발, 춘천~속초 간 동서고속화철도, 동해안권광역관광개발계획 등의 조기 추진이 절실하다.
김창호 설악동번영회장은 “설악권은 규제에 묶이고 정부 투자에서 소외되며 시설과 볼거리가 수십년째 똑같은 반면, KTX 서해안고속도로 엑스포 등으로 타 지역의 관광 인프라는 비약적으로 확충됐다”며 “이 같은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새 정부의 움직임이 아직 없어 주민들은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규호기자 hokuy1@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