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춘천]`말탕개미·물깨말' 토속 마을이름 입에 착 붙네

순우리말 옛 지명 복원 활발

【춘천】17일 한림대 앞에서 신흥사거리 간 왼쪽 마을인 춘천시 후평동 14~20통. 이날 그동안 주민들이 학수고대하던 마을 경로당이 문을 열었다. 200여명에 이르는 주민들의 박수갈채 속에 '말탕개미 경로당' 현판이 내걸렸다.

이날 개소식에 참석한 주민들 간 이야기의 화제는 단연 '말탕개미'란 이름의 유래였다. 남궁재(77) 마을노인회장은 “예부터 마을 인근의 교동 향교를 지날 때에는 예의를 갖추기 위해 말에서 내려 걸어갔다고 해서 말탕개미란 이름이 전해졌다”며 “옛 유래를 담은 이름으로 경로당 명칭을 붙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역 곳곳에 숨어있던 옛 유래를 살린 '토속 이름 붙이기'가 보편화되고 있다. 화려하거나 멋스럽지는 않지만, 구수하고 따뜻한 언어들이다.

이번 말탕개미 경로당뿐만이 아니다. 춘천의 대표적인 걷기길인 산소길(봄내길) 코스 중 하나인 '물깨말 구구리길'의 물깨말은 '물가에 있는 마을'로 강촌을 의미한다. 김유정문학촌의 실레마을, 실레이야기길도 마을의 형세가 '시루'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오래 전부터 조상들의 생활 속에서 만들어지고 불리던 지명들이 글로 기록되면서 한자의 음이나 뜻을 빌린 향찰(鄕札)이나 이두(吏)식으로 표기됐는데, 이를 다시 원 토속 지명으로 되돌리는 식이다.

석사동의 스무숲은 예 부터 이곳이 느릅나무과의 '스무나무'군락지였다고 해서 붙여졌다. 춘천 출신 이무상시인이 2007년 발간한 '우리의 소슬뫼를 찾아서'란 춘천지형기행에 따르면 공지천은 곰짓내, 샘밭은 천전리, 버들개는 유포리, 옻우물은 오수물, 두름실은 학곡리, 오뉘골은 온의동, 소슬뫼는 우두산, 물린개는 퇴계동, 곰실이 고은리를 의미한다.

이 시인은 책에서 “춘천의 토속 지명에는 집이나 마을을 의미하는 실, 골, 말, 울, 미, 내, 개, 뚜르, 구리 등의 지명 접미사가 많이 쓰이고 있다”며 “동네의 모양이나 역사적 의미, 마을의 형성 과정, 가치 등에 따라 저마다의 이름이 붙여졌다”고 설명했다.

류재일기자 cool@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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