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개 점포 173명 상인들 삶의 터
역사속에 '제2의 개성'으로 불려
5일장 형태로 수백년 前 형성
한때 '동대문 밖 제일 큰 시장'
장사 수완 좋아 깍쟁이 오해도
일제 때 일본인도 발 붙이지 못해
민속5일장이 열린 봄날, 싱그러운 5월의 봄바람과 따사로운 봄볕이 횡성시장을 감싸안고 있다. 횡성시장과 5일장터는 횡성의 심장이다. 횡성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삶의 활력으로 다시 분출되는 용광로이기도 하다.
횡성읍내 한가운데인 읍상리 8,000여㎡에 자리잡은 횡성시장은 수치적인 면적보다 이곳을 거쳐간 수많은 사람의 발걸음으로 인해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공간으로 주민들의 삶 속에 자리하고 있다.
횡성시장은 조선 영조때인 1770년 홍봉한 등이 편찬한 역사책 '동국문헌비고'에 '횡성읍내장'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다. 문헌에는 횡성읍내장이 1일과 6일에 서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는 지금의 횡성5일장과 일치한다.
조선시대 서울과 강원도 주요 도시였던 강릉, 원주를 연결하는 길목 횡성은 자연스럽게 상업이 번성했다. 역사 속에 대표 상업도시로 꼽히는 개성에 비유해 횡성은 '제2의 개성'으로 불리기도 했다.
횡성시장에는 아직도 개성과 횡성 장사꾼 이야기가 전해진다. '횡성사람과 개성사람이 우연히 외딴집에서 같이 밤을 새우게 됐다. 횡성사람은 문에 창호지를 발라 바람을 막았고 개성사람은 초를 구해 불을 밝혔다. 개성사람은 내심 자기 돈이 덜 들 거라고 좋아했다. 날이 밝자 횡성사람은 창호지에 물을 발라 다시 뜯어갔지만 개성사람은 초가 다 타버려 가져갈 것이 없었다'고 구전된다. 횡성사람들의 장사 수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제강점기 때도 일화가 있다.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각지에서 상권을 장악하고 수탈을 일삼았지만 개성과 마찬가지로 횡성에서는 어림도 없었다. 횡성 상인들이 지역 상권을 꿋꿋이 지켰고 일본인들이 발을 붙이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이같은 영향으로 한때 횡성은 깍쟁이, 외지인이 쉽게 정착하기 힘든 곳이라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횡성장으로 대표되는 횡성의 상업발달은 통계 기록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일제 때 조선총독부가 발행한 강원통계연보에는 조사대상 21개 지역 가운데 횡성이 1915년 시장수 순위 20위, 거래액 순위 5위에서 1928년 시장수 순위 14위, 거래액 순위 6위로 발전했고 1937에는 시장수 7위, 거래액 1위에 오르는 비약적인 발전과 대호황을 누렸다.
5일장 형태로 이미 수백년전부터 형성돼 온 횡성시장은 120여년전 장터로 정리되고 우시장을 주축으로 '동대문 밖 제일 큰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오늘날 우시장은 조곡리로 옮겨져 별도로 서고 있다.
횡성시장은 1980년 현대화된 시설과 관리시스템으로 정비됐다. 상인회, 시장조합 등이 구성돼 체계를 갖췄다. 관련법규에 따라 1998년 8월4일 횡성전통시장으로 등록됐다.
1981년 전국 수범사례로 현대식 건물로 단장한 횡성시장은 2002년쯤 27억원을 들여 전국 최초로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리모델링도 했다. 횡성시장은 동서남북으로 네 개의 문이 있다. 동쪽은 파란색, 서쪽은 초록, 남쪽은 주홍, 북쪽은 적색이며 바탕은 흰색으로 모두 합치면 오방색이 된다. 오방색은 동서남북에서 좋은 기운들이 시장으로 들어와 장사가 잘되고 발전을 기원하는 뜻이란다.
횡성시장은 117개 점포에 173명의 상인들이 오순도순 인생을 나누고 있다.
업종별로는 농산물 14, 축산물 6, 수산물 2, 가공식품 3, 의류·신발 27, 가정용품 4, 음식점 31, 기타 소매업 30곳이다. 상인들은 남성 77명, 여성 96명이며 40대 15명, 50대 104명, 60대 이상 54명으로 구성돼 있다. 횡성시장 하루 이용 인구는 1,300명 안팎으로 연간 전체 매출액은 66억원가량이다. 횡성시장은 상권 배후인구로 1만8,000여명이 추산되지만 횡성의 얼굴이다보니 주민뿐만 아니라 방문객들도 반드시 들르는 코스다.
시설면에서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횡성시장은 개선을 계속하고 있다. 리모델링에 이어 방범용 CCTV 설치, 위생청결 시범점포, 안내 전광판 설치, 주차장·화장실 정비, 비가림시설, 스프링클러 등 비상 소화시설 강화 등 안전과 편의 개선에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다.
횡성시장조합(조합장:황광열)과 횡성군이 근래 들어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시장의 소프트웨어다. 콘텐츠를 알차게 해 방문객을 늘리고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선진지 견학, 전문가 초청 특강 등을 통해 상인들 스스로 친절 서비스 정신을 함양하고 수요문화장터, 전통시장 러브투어, 명절 대목 이벤트 등을 통해 볼거리가 있는 즐거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 전통시장 러브투어는 점차 안정권에 진입하고 있다.
횡성시장은 앞으로 2년 동안 또 한 번 변신한다. 중소기업청 문화관광형 시장 사업에 선정돼 최대 20억원이 투입된다. 신토불이 장터 골목 조성, 선데이 시장 이벤트, 오감만족 러브투어, 상인의식 개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횡성군도 2013년을 전통시장 활성화 원년의 해로 삼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횡성시장 일원에서 1일과 6일 열리는 5일장은 상설시장과 '단짝'이다. 장날이면 130여명에 이르는 장돌림들이 몰려들어 횡성시장 인근 골목을 따라 판을 펼치고 '인심'과 '인생'을 판다. 장돌림들로 구성된 횡성5일장상인회(회장:이해길)는 시장상인들과 함께 3월말 횡성읍민을 위한 경로잔치를 마련해 1,000여명의 주민들에게 식사와 다과를 베푸는 고객 사은행사를 처음으로 열었다. 장돌림들은 한결같이 횡성을 고향으로 여긴다.
5일장 장돌림들은 횡성시장에서 팔리는 물품 외에 장터에서만 볼 수 있는 토속적이고 전통적인 상품들로 손님을 맞아 상설시장 상인들과 조화를 이룬다.
황광열 횡성시장조합장은 “횡성시장이 주민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 지역경제의 중심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친절서비스와 질 좋은 상품으로 주민들의 성원에 보답하고 시장이 얻은 것들을 지역사회와 나눠 함께 발전하는 시장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해길 횡성민속5일장상인회장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장돌림 고객 사은행사로 대규모 경로잔치를 열었듯이 어려운 여건이지만 작은 것도 나눌 수 있는 횡성장터 문화 확산에 모두 동참해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했다.
횡성시장과 횡성민속5일장 상인들은 새 봄과 함께 더욱 풍요로운 내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횡성=유학렬기자 hyyoo@kw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