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중앙당 예속·공천 비리 퇴출” vs “여성 등 신진세력 진입 봉쇄”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공청회 찬반 의견 팽팽

찬성 “공천으로 인한 헛공약 남발 등 지금껏 폐해만 드러내”

반대 “소수자 정치진출 보호 흐름에 역행·평등원칙 위배”

내년 6·4 지방선거를 1년여 앞두고 정당공천제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지난해 12·19 대선에서 앞다퉈 시장·군수 등 기초자치단체장과 시·군의원 등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 폐지를 약속했지만, 막상 지선이 다가오자 선뜻 결정을 못 내리며 오히려 출구전략 찾기에 부심하는 양상이다.

국회 정치쇄신특위는 22일 오후 국회에서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개선'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여론 수렴에 나섰으나 찬반 양측의 입장차는 여전해 앞으로 폐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날 정당공천제 폐지론자들은 국회의원을 비롯한 중앙정당의 지방정치 장악, 공천과정에서의 비리·부패, 영호남 지역주의 유지의 고리, 지방정치 엘리트의 하향평준화 등을 들었다.

김도종 명지대 교수는 “지방정치의 중앙 예속으로 지방자치 본연의 취지가 전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며 폐지를 주장했다. 그는 “분명한 사실은 지방선거 공직후보 선출의 근간으로 채택돼온 정당공천제는 지금까지 그 폐해만 드러내놓고 있을 뿐”이라며 “이제 정당들은 공직후보 선출을 통한 지방정치의 장악이라는 기득권을 과감히 내려놓음으로써 지역정치인들 스스로의 손에 지방정치의 발전을 맡기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육동일 충남대 교수는 “지역사회의 비전과 정책 논점을 중심으로 유능한 지역일꾼을 뽑아야 할 지방선거가 당초 취지와 달리 중앙정당의 대리전으로 왜곡돼 진행돼 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특정 선거구의 뇌물사건 등 극소수만 표면에 드러났지만 공천비리는 여전히 엄존하고 있다”며 “이는 정치혐오증을 불러일으키는데다 정당공천으로 인해 헛공약 남발을 부추기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정당참여 지방선거가 1975년 35.8%에 달했지만, 2002년 22.4%로 크게 낮아지는 등 정당공천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반면 정당공천제 유지론자들은 정당공천 폐지시 후보 난립으로 인한 선거혼탁, 여성 등 사회적 소수와 약자의 진입 봉쇄 등을 얘기했다.

정연주 성신여대 교수는 “정당공천제 폐지는 비례대표제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소수자나 신진세력의 정치 진출을 보호해야 한다는 시대의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여타 선거에서 인정되는 정당의 후보자 추천을 유독 기초지방선거에서만 금지하는 것은 후보자와 유권자를 차별하는 것으로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모든 일이 정치의 연장선인데 기초단체 차원에서의 정치의 영향력을 배제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필요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기초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 허용은 헌법상 선택의 여지가 없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를 최소화하도록 제도 보완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손혁재 수원시정연구원장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가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느끼는 현역 국회의원들의 이해관계 조정의 과제가 있다”며 “중앙정치의 개입을 막는다고 지방자치가 잘 되는 것도 아니고 기초의원 정당공천만 금지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정당공천제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당이 후보 선출의 공정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정당 비례대표 후보자 선출과정의 민주성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우리 국민이 열망하는 새로운 정치란 '다양한 민의를 적정하게 반영하는 정치'다. 다양한 세대, 직능, 계층의 참여가 더욱 보장되는 방향으로 지방선거제도 개혁이 논의되어야 한다”며 정당공천제 폐지 논의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서울=민왕기기자 wanki@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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