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목적의 모호성
국내외 유명작가 초청 대신
신진작가들 대거 참여시켜
순수 미술축제에 무게중심
당초 강릉으로 정한 행사 장소
망상해변으로 슬그머니 변경
지역경제 활성화 목표도 무색
오는 20일 '지구 하모니'를 주제로 개막하는 '2013 평창비엔날레(PCB)'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강원도가 올해 처음으로 주최하는 '평창비엔날레'는 홀수 해는 '강원국제미술전람회'를, 짝수 해는 '강원국제민속축전'을 개최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문화올림픽으로 치르겠다고 공언한 강원도가 '강원도만의 독특한 문화콘텐츠를 발굴하고 세계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에서 도예총과 강원민예총을 참여시켜 진행하는 행사다. 홀수 해인 올해는 국비 10억원 도비 15억원 등 25억원의 예산을 들여 '제1회 강원국제미술전람회'를 진행한다. 하지만 올 4월에 열린 도의회 추경에서야 예산이 확정된 탓에 지난 5월13일에 강원문화재단 내에 급조된 비엔날레지원팀이 개소식과 함께 행사 준비에 들어갔다. 지원팀 개소식을 기준으로 평창비엔날레 개막까지 두 달 남짓한 시간에 국제적인 규모의 미술전람회를 준비한다는 것은 부산과 광주에서 열린 비엔날레의 개최 과정을 돌아보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러한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비엔날레 준비는 진행되고 있고, 개막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강원일보는 3회에 걸쳐 우려 속에 진행되고 있는 '2013 평창비엔날레' 준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등에 대해 진단한다.
2013 평창비엔날레는 '2018평창동계올림픽 및 장애인동계올림픽대회 지원 등에 관한 법률 4조 1항'을 근거로 추진됐다.
해당 조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대회가 문화·환경 올림픽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시책을 수립·시행하고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강원도가 올 초에 내놓은 '2013 문화예술 진흥시책' 첫 번째 항목 '강원문화의 가치 세계화' 부분에 포함된 '문화올림픽 실현 기반 구축' 계획에도 2013 평창비엔날레의 개최 목적이 설명되어 있다. 진흥시책에 나타난 목적을 보면 첫째 2018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문화올림픽 실현', 둘째 '강원미술의 발전기반 마련'과 문화관광 자원을 활용한 '지역경제 활성화'가 그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6월 도의회는 원태경 도의원의 제안으로 '강원국제미술전람회 조직위원회 설립·지원 조례안'을 통과시키면서 비엔날레를 준비하기 위한 법적 근거는 어느 정도 갖춰놨다.
하지만 개막을 앞두고 있는 2013 평창비엔날레 제1회 강원국제미술전람회의 진행 상황들을 들여다 보면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국내외에 알리고 문화올림픽의 기반을 다진다는 본래 목적보다는 순수한 미술축제 쪽에 무게중심이 더 기운 듯하다.
평창비엔날레의 초대작가전과 심포지엄 등 주요 프로그램은 국내외 유명작가보다는 신진작가들을 대거 참여시키고, 그들을 작가로서 성장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평창비엔날레가 이들을 키우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이들 참여작가의 작품을 매입해 평창 알펜시아 일원을 미술 공원으로 조성하는 이른바 아트뱅크(Art Bank)화이다.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참여하는 선수와 임원들에게 대한민국의 현대미술을 널리 알린다는 계획이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제대로 알리고 비엔날레 행사를 통해 알펜시아 일원을 '랜드마크'화하기 위해서 당연히 따라야 하는 것이 큰 이슈를 만드는 것이다.
눈길을 끄는 이슈를 만들어 국내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은 적어도 평창비엔날레에 있어서는 유명작가들을 초청하고 그들의 작품이나 그들의 입을 통해 평창동계올림픽 또는 비엔날레의 홍보에 적극 나서게 하는 것이 정석이다. 본래 평창비엔날레 개최 이유에 충실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 미술 발전을 도모한다는 것이 평창비엔날레의 주목적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 당초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지인 평창 알펜시아와 강릉에서 열기로 한 행사 장소도 평창 알펜시아와 동해 망상해변으로 슬그머니 변경했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취지는 온데간데없고 휴가객이 넘쳐나는 여름 휴가시즌에 행사를 치르는 것도 근본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도 관계자는 “비엔날레의 첫해이기 때문에 많이 알려야 한다는 차원에서 비수기보다는 휴가철에 맞춰 대관령국제음악제와 연계해 진행하고 있다”며 “홍보 등에서 미흡한 면이 있지만 지켜봐 주시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석기기자 sgtoh@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