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간 경제적 손실 1,800억대
올해 郡 예산의 절반 넘는 돈
169곳 휴·폐업, 279명 실직
지역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려
“근근이 버티는 고통의 나날
하루빨리 재개되길 희망”
금강산관광 중단 5년째를 맞는 고성지역은 관광객 감소와 숙박 및 음식업체, 건어물가게 휴·폐업, 실업 등으로 지역상경기가 아사직전이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23일 금강산가는 길목인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와 마차진리 도로변으로 늘어선 상가나 식당 들은 문을 닫고 있었다. 아예 손님 한 명 없이 적막감만 흐르는 이곳은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뒤 주인들이 은행부채와 사채에 시달리다 줄도산하거나 야반도주한 가게들이다.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5년간 지역에서 발생한 경제적 손실은 대략 1,800억원대(고성군 집계)에 이르고 있다. 이는 올해 고성군의 당초 예산 3,118억여원의 절반이 넘는 돈이다. 연간 17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감소했고 그 손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이 떠안고 있다. 또 금강산관광이 중단되면서 173개 업체가 납품을 중단했으며 169개 업소가 휴·폐업했다. 현대아산 및 관련업체 인력 감원에 따라 279명은 실직했다. 지역경제가 사실상 마비된 셈이다.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는 사람도 크게 증가했다. 이로 인해 인구가 감소하고 불과 인구 3만여명인 고성군에 혼자 사는 노인세대가 2,017명, 한부모 및 조손가정이 72세대 190명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이처럼 사회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자 고성지역 주민들은 금강산 관광이 하루빨리 재개되길 바라고 있다. 도로변에서 31년째 금강산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박완준(71)씨는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회담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금강산 관광도 재개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다”며 “그동안 마누라가 물질(해녀)을 해서 성게 등 수산물을 잡아 은행빚 이자와 전기료를 감당하면서 근근이 살아왔지만 고통의 나날이었다”고 했다.
이명철 현내면번영회장은 “하루 빨리 고향을 떠난 주민들이 되돌아와 예전처럼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며 “그동안 금강산관광이 재개돼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주민과 관련업체는 물론 고성지역의 침체된 상경기가 회복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고성=정래석기자 redfox9458@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