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리 소문도 없이 42일간 일정 마무리 '초라한 성적'
예산 25억 투입 대규모 행사 불구 공청회 한번 없어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 … “혈세낭비 지적 달게 받겠다”
2013 평창비엔날레 '제1회 강원국제미술전람회'가 지난달 31일 오후 알펜시아리조트 컨벤션센터 평창홀에서 열린 폐막식과 함께 42일간의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알펜시아리조트와 동해 앙바엑스포 전시관에서 분산 개최된 이번 행사는 전체 관람객 수 17만여명이라는 성적표와 함께 개막 때와 마찬가지로 조용히 막을 내리게 됐다.
당초 비엔날레 지원팀이 목표로 한 올해 행사의 관람객 수는 알펜시아리조트 50만명과 동해 앙바엑스포 전시관 150만명 등 200만명이었다. 행사 진행 중 목표치를 10분의 1인 20만명으로 줄였지만 그 수치를 지켜내는 것도 역부족이었다.
2013 평창비엔날레는 '문화올림픽 실현기반 구축'이라는 목표 속에 치러졌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문화올림픽으로 치르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널리 알린다는 분명한 목적이 있는 그런 행사였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최종 관람객 수는 분명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주변의 우려 속에서도 관광객이 몰리는 휴가철 성수기에 무리하게 행사를 강행했고, 다른 비엔날레들과 달리 모든 프로그램을 무료로 진행한 점까지 놓고 보면 초라할 정도다.
이번 비엔날레에는 국비 10억원과 도비 15억원 등 예산 25억원이 투입됐다. 어려운 강원도의 재정 상황을 놓고 보면 단일 문화행사에 들어간 예산치고는 전무후무할 정도다. 이처럼 대규모 행사를 치르면서도 전문가와 도민들을 대상으로 해당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의견을 묻고 답하는 공청회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비엔날레 지원팀 관계자는 개막 전 공청회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은 이유를 단지 '전략'이라고만 설명했다. 이에 앞서 예산지원의 근거가 되는 조직위원회도 구성되지 않았고 각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추진위원회 회의도 행사가 진행된 40여일 동안 단 한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홍보를 위해 기자들을 초청한 것도 행사를 시작한지 24일이나 지난 8월 12일이었다. 홍보효과를 얻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이처럼 절차상의 문제점만 놓고 봐도 어느 누구도 관여하거나 의견을 내놓지 못하는 그들만의 잔치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를 중재해야 할 강원도에서도 도의회에 예산통과에 대한 당위성만 강조했지, 예산이 통과되는 시점까지 이번 행사의 세부계획 조차 도의원들에게 제시하지 못하는 난맥상을 보여줬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의회의 예산통과가 늦어졌기 때문에 행사준비를 제대로 못했다는 설명은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비엔날레 지원팀은 폐막 보도자료에서 이번 비엔날레에서의 나름의 성과들을 제시하고 있다. 국민공모전을 통한 신진작가 발굴, 아트뱅크 구축, 관객친화형 비엔날레가 그것이다. 하지만 쉽고 재미있는 비엔날레를 위해 운영했다는 도슨트프로그램과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인터랙티브 작품이 홍보를 전제로 하지 않은 상황에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었는지는 곱씹어 볼 대목이다.
도내 A문화예술단체 관계자는 “도내에 있는 문화예술인도 비엔날레가 진행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미 예견된 결과 아니겠느냐”며 “어떤 행사를 진행하든 지역 문화예술계의 폭넓은 참여가 담보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종인 강원문화재단 이사장은 “혈세낭비, 돈 먹는 하마, 밑빠진 독에 돈 붓기 등의 말을 지난 42일간 많이 들었다”며 “이를 꾸중, 질책, 충고, 애정으로 달게 받아들이겠다. 내년부터 열심히 해 좋은 비엔날레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오석기기자 sgtoh@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