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춘천]1,400여세대 이주…사업비만 1,696억

◇춘천 약사리 고개~중앙시장~중앙초교~춘천고 간 4차선 확포장 공사가 속도를 내면서 이 구간에 있던 기존의 주택과 상가 건물이 철거돼 도로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은 15일 죽림동 성당에서 중앙초교 방면으로 내려다 본 모습 권태명기자 kwon80@

도심 지도 바꾼 '약사천 복원·일대 재정비' 마무리 단계

구도심 공동화 해소 긍정 평가 … 주민 피해 등 반발도 커

지난 12일 오후 춘천시장 집무실. 약사천 복원과 일대 재정비사업 때문에 30여 년을 살던 자신의 건물이 철거되고, 실거래가보다 낮은 보상비를 받고 이웃 동네로 이주한 주민 장길성(66·효자2동)씨가 들어섰다.

지자체에 좋은 감정이 있을 리 만무해 보였지만, 뜻밖에도 그는 자신의 상점 이전 개업식 때 지인들로부터 받은 축의금 500여만원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았다. 그는 “2010년 계획 발표 당시만 해도 내 건물에서 쫓겨난다는 생각에 많이 반대했지만, 어느 순간 마음을 고쳐먹었다”며 “우리가 좀 손해를 보니,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약사리고개가 넓어지고 하천이 복원되면서 낙후 지역이 발전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3~4년간 1,400여세대 이주= 약사천 일대의 재정비사업 등으로 건물이나 토지가 편입돼 장씨처럼 다른 곳으로 이주한 가구 수가 1,000여 세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십년 만에 도심 지도가 바뀔 만한 대역사(大役事)는 이주 가구 규모에서도 증명됐다.

시의 사업 내역을 분석한 결과 약사천 복원사업으로 222개 건물에 348가구가 이주했고, 공원 조성으로 131가구, 남부로~중앙로 도로 확장으로 231가구, 효자로~남부로 81가구, 중앙로~춘천고 50가구, 문화공원으로 57가구가 옮겼다.

이주 세대는 상가 292개, 주택 156개 등 건물이 448개에 이르며, 세입자 등 482세대를 포함하면 모두 914가구에 달했다. 여기에 약사천 풍물시장 노점상 140여 가구와 좌판 300여 가구 등을 포함하면 무려 3~4년간 이주 가구만 1,400여 세대에 이른다. 신동면 전체 세대가 900여 가구인 만큼 웬만한 면 지역보다 많은 규모다.

■빛과 그림자 공존=사정이 이렇다 보니 도심 개발 특성상 지자체에 대한 불만과 저항이 클 수밖에 없다.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셈이다. 중앙로 입구에서 주변으로 이주한 상인 허모(58)씨는 “익숙했던 공간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옮기다보니, 고객들이 위치를 잘 몰라 매출이 50%가량 하락하는 등 손해가 크다”고 토로했다.

반면 전업사를 하는 박모(여·48)씨는 “당장은 매출이 줄었지만 이사한 곳이 도로와 가까운데다 주변의 약사리고개가 확장되고 좋아지면, 손님이 더 늘어나지 않겠나”라고 기대했다.

2011년 약사재정비 고시 때에도 주민 간 찬반 양론이 대립했던 것도 마찬가지다. 이에 당시 이광준 시장은 의회 연설에서 “도심 공동화가 심각하지만, 어렵다는 이유로 이번에 하지 않으면 언제 다시 할지 기약할 수 없다”며 상정안 통과를 호소했다.

장희순 강원대 교수는 “사실 지자체는 땅값 비싸고, 편입 건물이 많고,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심의 도로 등 기반 확충에 대해서는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칭찬은 못받다' 보니 꺼리는 게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신 비용은 적게 들면서 소위 일한 티가 나는 외곽의 도로 개설을 선호하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약사천 일대 1,200억원 투입= 약사천 일대 기반시설 확충에 들어간 비용은 496억원의 약사천 복원사업비를 빼더라도, 현재까지 국비 500억원과 시비 700억원 등 약 1,200억원이 투입됐다. 이 가운데 70~80%가 보상비였다.

약사 재정비에 따른 일대의 기반시설 확충은 구KBS건물 주변의 문화공원 조성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올해 마무리된다. 약사 재정비의 또 다른 효과는 구도심의 이주 상가 대부분이 신흥 주거지역보다는 중앙로와 소양로, 근화동, 효자동 등 이웃 구도심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신연균 시 도시재생과장은 “이주 상가들이 다시 인근 구도심에 흡수되면서 공실률을 낮추는 등 공간 재할당이 이뤄지면서 도로와 공원 등 기반시설 확충 이외에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 또 다른 효과도 불러왔다”고 했다.

류재일·이지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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