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앞두고 요한 바오로 2세 전 교황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던 장익(81·사진) 전 춘천교구장이 화제가 되고 있다. 1984년과 1989년 두 번이나 한국을 찾은 요한 바오로 2세 전 교황에게 우리말을 가르친 장익주교는 30년이 지났지만 그때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교황께 우리말도 가르쳐 드리고 엄청난 양의 한국 관련 자료를 일일이 번역해 드렸어요. 방한 준비를 어찌나 철저히 하시는지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 전 교황은 당시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선보여 천주교인들뿐 아니라 많은 이들의 관심과 호감을 얻었다. 장 주교가 교황에게 가르친 건 우리말뿐만이 아니다. 한국에 관한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 전달함으로써 방한의 기초자료로 삼도록 했다. '한국 가정교사' 노릇을 톡톡히 한 것이다.
장 주교는 1963년 사제품을 받은 뒤 교황청 종교대화평의회 의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등을 지냈다. 2010년 천주교 춘천교구장에서 은퇴한 뒤 소설가 김유정의 고향이자 소설의 무대인 춘천의 실레마을에서 지낸다.
장면 전 총리의 7남매 중 넷째로, 경기고와 서울 성신대학(현 가톨릭대학교), 미국 메리놀대학 인문학과를 졸업한 뒤 벨기에 루뱅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장 주교는 “교황께서는 우리말부터 배우겠다고 하셨을 정도로 한국 방문에 엄청나게 신경을 쓰셨다”며 “농반진반으로 나를 '선생님'이라 부르시기도 했다”고 전했다. 장 주교가 교황과 인연을 맺게 된 고리는 김수환(1922∼2009) 추기경이다. 장주교는 “한국은 반세기 넘도록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의 아픔을 겪으면서 여러 가지 고뇌와 고통을 안고 산다”며 “입으로만 내세우지 않고 진실한 삶을 살아온 요한 바오로 2세 전 교황을 보면서 그분의 삶과 메시지를 배우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한다”는 기대도 밝혔다.
남궁현기자 hyun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