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민방위 훈련 비상 사이렌 관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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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점검=강원도 안전한가 <4>안전의식 불감증

◇도내 820곳의 비상 대피시설 중 붕괴나 폭발 등 대형 재난대피시설은 32곳에 불과하다. 24일 춘천시 근화동 공지천 실내공원인 '뜨락' 지하대피소에서 시청 직원이 비상용품을 점검하고 있다. 권태명기자

우리나라에서는 정기적으로 재난대비훈련이 실시된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상당수 국민에게는 성가시고 귀찮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민방위 훈련'이다. 특히 학생들이 밀집해 있는 일선 학교에서의 재난 훈련은 필수적이지만 현실에서 충실하게 이행되는 상황은 거의 없다. 일상에서의 재난 대비 훈련에 무감각해지면서 안전의식이 실종되고 있다.

주민들 협조 요청에 거절하기 일쑤 민원도 제기…기관 평가는 '잘됐다' 천편일률적

도내 초·중·고 실제 훈련 소방훈련·안전한국훈련 등 한 해 두 번…매뉴얼도 제각각

■민방위 훈련은 남의 일?

민방위 훈련에 대한 시민들의 불감증은 가장 큰 문제로 꼽히고 있다.

대학생 방모(25)씨는 “성인이 되고 나서는 언제 훈련을 하는지 관심이 없다”며 “민방위 훈련 때 비상사이렌이 울려도 웬만하면 그냥 갈 길을 가고 차들도 지나다니는 것을 자주 봤다”고 말했다.

실제 도에서 작성한 민방위 평가보고서에도 '주민들의 부정적인 인식, 협조 부족'이 매번 개선사항으로 지적되고 있다. 춘천시 안전총괄과 강종선 민방위담당은 “십수년 전에는 시민들이 야간훈련에도 적극적으로 임했지만 지금은 훈련에 협조해달라고 사정해도 거절당하기 일쑤”라며 “오히려 훈련 때문에 사적인 용무에 지장이 있었다는 민원을 받는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러나 민방위 훈련에 대한 기관에서의 평가는 칭찬 일색이다. 도에서 작성한 민방위 대피훈련 보고서의 총평은 언제나 “주민보호 대처능력에 크게 기여했고 당초 훈련 목적에 맞게 진행됐다”는 식으로 돼 있다.

■학교 화재경보 시스템 유명무실

더욱이 학교에서의 재난대응 방식은 시급히 개선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찾아간 춘천의 한 초등학교 행정실에 비치된 매뉴얼에는 “화재 발생 시 학생은 인솔 교사 지시에 따라 침착하게 행동하라”, “대피로를 따라 지정된 장소로 대피하라”고 적혀 있었으나 모두 정기적인 상황 훈련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이 학교의 실제 훈련은 5월에 소방서와 함께하는 소방훈련과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 등 두 번뿐이다. 이는 도내 초·중·고 638개교가 비슷한 상황이다.

김모(12)양은 “화재 등 재난상황 훈련을 하긴 했는데 언제했는지 잘 모르겠고 올해는 한 번도 안했다”며 “정신 없이 엎드리라고 하고 지시대로만 따르라고 하는데 왜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학교 관계자는 “교육부에서 매뉴얼을 제공했지만 각 학교 현실에 맞춰 사용하라는 지침 때문에 학교마다 제 각각인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반면 춘천 성수고의 경우는 준비가 비교적 구체적이었다. 특히 화재 발생시 각 층의 최고 책임자 교사가 학생들을 대피시키고 가장 나중에 나오라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대형재난 대피시설 3%=비상대피시설에 대한 정비와 홍보 등도 시급한 상황이다. 24일 춘천시 후평동 봉의여중 운동장 지하에 만들어져있는 비상대피시설 안에는 햇빛조차 들어오지 않았다. 660㎡ 면적으로 46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대피 시설은 벽두께만 50㎝를 넘어 지진, 포격, 공습으로부터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 이같은 시설이 있다는 것을 아는 주민들은 거의 없다. 또 24시간 잠겨져 있는 이 시설의 열쇠는 현재 시청과 후평동주민센터에서만 갖고 있어 문을 여는 데만 최소 20분 이상 걸린다. 그나마 이처럼 방호력을 갖춘 시설을 도내에서 찾기는 힘들다. 현재 도내에 있는 820곳의 비상 대피시설 중 붕괴나 폭발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곳은 32곳 뿐이다. 나머지 788곳은 지하상가, 아파트 지하주차장 등으로 지정돼 있다.

백민호 강원대 재난관리공학과 교수는 “그동안 실시됐던 재난훈련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재난 사례에 대한 문제점과 대처 방안을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최기영·강경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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