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속에 묻은 상처, 가슴으로 낳은 아이들이 치유해 줍니다.”
입양의 날(11일)을 앞두고 지난 7일 오후 세명의 아이를입양해 키워 온 강용재(47·춘천시 거두리)·오정자(여·47)씨 부부의 집 현관에 들어서자 '까르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취재진을 반겼다. 애교 많은 성민(8), 윙크를 잘하는 성준(6), 노래가 특기인 혜인(여·4)이가 어울려 집안을 뛰어다녔고 큰딸 혜림(26)씨와 둘째 성진(23)씨가 방안에서 나오자 집안이 가득 찼다. 막내 혜인이가 어린이집에서 배워 온 '수박' 동요를 부르며 율동을 하자 온 가족이 박수를 치며 환하게 웃었다.
남편 강씨는 “요즘 아이들을 키우면서 젊었을 때 몰랐던 새로운 재미를 알게 됐다”며 “아이들이 달려와서 뽀뽀를 하고 애교를 부리면 하룻동안 쌓였던 피로가 모두 풀린다”고 말했다.
지금은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한 가정이 됐지만 강씨 부부는 23년 전인 1991년, 태어난 지 100일 된 아들이 감기 증상을 보여 춘천의 한 병원을 찾았다가 큰 아픔을 겪어야 했다. 당시 주사를 맞은 아들이 갑작스럽게 쇼크를 일으키더니 치료 중 끝내 숨졌고 부부는 오랜 시간 아픈 가슴을 달래며 생활해야 했다.
그 후 15년이란 세월을 두명의 자식을 버팀목으로 생활해 왔지만 부부의 가슴속에 사무친 아들에 대한 그리움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결국 해외로 입양되는 아이들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낀 강씨가 부인 오씨에게 먼저 입양을 제안했다.
오씨는 “아들을 잃고 마음속에 아픔을 담고 있었는데 남편도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며 “지금은 성인이 된 딸을 어린 시절 일을 하느라 할머니에게 맡겨 키워 정을 많이 못 준 점도 항상 마음에 걸려 논의끝에 입양을 결정했다”고 했다.
강씨 부부는 2007년에 셋째 성민이를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입양했고 2009년에는 성민이가 어린 시절을 혼자 보내는 것이 안타까워 넷째 성준이를, 2010년에 막내 혜인이까지 데려왔다. 자신보다 20살이나 어린 동생들이 생기자 큰딸 혜림씨는 아침마다 동생들을 씻기고, 밥을 먹이고, 준비물을 챙겨서 어린이집에 보냈고 그렇게 다섯은 그 어떤 친남매보다 끈끈한 관계가 됐다.
오씨는 “큰딸이 엄마처럼 동생들을 잘 챙겨서 마음 편하게 일을 할 수 있었다”며 “아이들이 건강하게 커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재송 홀트아동복지회 강원사무소장은 “강씨 가족처럼 세명의 아이를 입양한 가정은 단 2곳에 불과하고 2명을 입양한 가정은 9곳”이라며 “이들 가정은 강원도를 대표하는 모범적인 가정으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도내에서 올 들어 홀트아동복지회 강원사무소를 통해 입양된 아이는 6명이고 지난해와 2012년이 각 25명, 2011년에 28명으로 최근 4년간 84명의 아동이 새로운 가정에서 행복을 누리고 있다.
박진호기자 knu10@kw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