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현종 때인 1670년 1월1일 저녁 무렵, 햇무리가 졌는데 안쪽은 붉은색이고 바깥쪽이 푸른색이었다. 이후 전국에서 조정에 올린 천문관측 보고는 괴이한 현상 일색이었다. 이윽고 극심한 가뭄이 닥쳤다. 이어 냉해, 우박, 벼락, 지진, 태풍, 폭설 등 이상기후에 의한 자연재해가 연이어 발생했다. 이른바 '경신대기근'이다. 그 와중에 괴질, 역병이 돌았다. 기후학적으로 소빙기였던 당시 2년간의 사망자 수가 무려 100만 명을 넘었다. 치욕의 임진왜란까지 겪었던 노인들의 입에서는 “왜놈들의 난동도 이것보다는 나았다”는 탄식이 나왔다.
▼요즘 곳곳에서 속이 타들어 가는 갈증을 호소하고 있다. 지독한 가뭄 탓이다. 폭염, 불볕더위가 계속되고 있어 온통 기진맥진한 모습이다. '장마는 어디 갔느냐'는 볼멘소리가 횡행한다. '장마가 실종됐다'는 보도도 줄을 잇고 있다. 장마시기인데 강수량은 예년의 절반 수준도 안 된다는 관측이다. 그야말로 '마른장마'다.
▼예부터 '오뉴월 장마'라고 했다. 양력으로는 6~7월이다. 이 우기에 여러 날 계속해서 내리는 비를 '장마'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메이유', 일본에서는 '바이우'라고 일컫는다. 장마의 옛말이기도 한 순수 우리말은 '오란비'다. 오라는 비는 왜 아니 오고, 해만 쨍쨍 내리쬐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장마 실종, 마른장마. 기상이변이 다반사이듯 시류 또한 그러해 보인다. 목민관, 친민관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공직자들이 '관피아'로 내몰리고 있다. 세간에 빈익빈 부익부가 만연하고 있으니 경제정의도 무색하다. 우리 사회의 온갖 부조리, 적폐의 상징인 세월호가 침몰한 지 석 달이 다 돼 가는데 남은 실종자 수색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그 참사의 원흉으로 지목된 사람의 종적을 알 수 없어 '못 잡는 게 아니라 안 잡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쯤 되면 '실종사회'가 아닌가.
용호선논설위원·yonghs@kw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