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진규미술관 고향 춘천에 개관
박수근 작고 50주년 기념전 다채
이성규 감독 추모 다큐 영화제
김유정 장편동화 '두포전' 출간
김훈 작품 한데모아 유작전 개최
돌이킬 수 없는 유작(遺作)은 늘 애잔하다. 올해 특히 도내에서 유작 감상 기회가 많았기에 올해의 키워드로 꼽았다. 천재조각가 권진규미술관이 42년 만에 고향 춘천에 지어졌으며 양구 출신 박수근 화백은 사후 '가장 비싼 화가'로 등극했다. 고(故) 이성규 감독을 추모하는 행사와 유작이 공개됐고 김유정소설가의 유작 장편동화도 출간됐다. 안타깝게 세상을 등진 김훈 조각가의 동문들은 유작 전시회를 마련해 줬다.
■권진규=연말 춘천시 동면 월곡리에 권진규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천재조각가 권진규(1922~1973년)를 기리는 사람들은 42년 만에 모여 그의 유작을 보며 상념에 젖었다.
권 작가의 학교 후배인 김현식 대일광업 대표는 사재를 들여 미술관을 설립하고 개관을 기념해 '權鎭圭와 女人(권진규와 여인)'을 열어 그의 작품세계를 도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1948년 27세의 나이로 일본에 유학해 다음 해에 무사시노 미술학교 조각과에 입학한 권진규는 당시 프랑스의 거장 부르델의 제자 시미즈 다카시로부터 사실적이고 강건한 형태미를 중시한 작풍을 전수받아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일궈냈다. 지난 2월에는 1968년 4월에 제작한 테라코타 작품 '혜정(No.70)'이 춘천에서 첫선을 보여 주목을 받았다.
■박수근=국민화가 박수근(1914~1965년) 화백 작고 50주년이었던 올해 양구 박수근미술관에서 다양한 기념 전시회가 마련됐다. 생전 '가난한 화가'로 서민들의 일상을 어루만졌던 양구 출신 박수근 화백은 한국 근현대 대표 화가 가운데 미술시장에서 경쟁력이 가장 높은 화가로 분석됐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등이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4개 경매회사의 미술품 낙찰가격을 조사한 결과 미술품 호당 가격과 경쟁력이 가장 높은 작가로 선정됐다.
또 박수근 화백 탄생 100주년이었던 지난해 처음 열린 '미석 박수근 선양 전국사생대회'는 올해 2회 대회가 열려 전국에서 1,000여명의 학생이 기량을 뽐내고 박수근 화백의 예술세계를 직접 체험했다.
■이성규=마지막 순간까지 한국의 독립예술영화를 사랑해 달라고 외쳤던 고(故) 이성규 감독을 추모하는 '제2회 춘천다큐멘터리영화제'가 11월에 개최돼 의미 있는 시간이 됐다.
영화제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진모영 감독과 안재민 촬영감독이 참여해 '오래된 인력거' 상영회와 이 감독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개막작 '에필로그' 등으로 회고전을 가졌다.
'오래된 인력거'로 아시아권 최초로 암스테르담 영화제에 진출한 이성규감독은 자신의 첫 극영화인 '시바, 인생을 던져'를 유작으로 남겼다. 최근에는 2011년부터 4년에 걸쳐 제작된 이감독의 유작 '나의 아들, 나의 어머니'가 개봉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유정='봄봄' '금 따는 콩밭' 등 주옥같은 작품을 남긴 소설가 김유정(1908∼1937년)이 말년에 쓴 유작 장편동화 '두포전'이 올 초 출간돼 화제를 모았다. '두포전'은 김유정 소설가가 폐결핵으로 죽기 직전까지 병상에서도 원고 쓰기에 매달렸던 작품이다.
원본, 한글본, 인형극 대본 등 세 가지 버전으로 이뤄진 두포전은 춘천 금병산에 얽힌 아기 장수 설화를 담았으며 그의 병간호를 맡았던 소설가 현덕에 의해 완성됐다.
■김훈=올 초 춘천 출신의 김훈 조각가가 세상을 떠나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춘천고 미술반 동문들은 사망 전에 '내 작품을 한곳에 모아 달라'고 말한 그의 유언을 받들어 선배 화가의 작업실, 지인들이 보관하던 작품, 작가가 생전 마지막 작업을 했던 화천 작업실 등을 돌며 고인의 작품 30여 점을 모았고 10월에 김훈 유작(遺作)전을 개최했다.
최영재기자 yj5000@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