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실의 시대보다 힘들다는 '순실의 시대'를 마주하고 있다. 이참에 대통령을 비롯해 무능하고 더러운 정치판을 깨끗하게 청소했으면 싶다. 정치판이야 갈아엎으면 된다지만, 우리 경제와 불쌍한 민초들의 삶이 걱정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는 2014년 말부터 두 달을 제외하고는 매달 마이너스 수출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이는 세계경제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 기업들에게 우리나라 재벌 기업들이 속절없이 밀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욱 걱정인 것은 기업가 정신이 부족한 재벌 3세대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이들이 우리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일으키기에는 기대난망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진행 중인 인구고령화는 우리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또한 확대되고 있는 계층 간 소득격차와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도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아킬레스건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현 정부는 근본적인 처방과 수술 대신 손쉬운 건축경기 부양과 같은 대증요법만으로 우리 경제를 연명해 왔다. 결국 정부는 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를 선도로 부동산 과열을 조장했고 이 과정에서 가계부채는 사상 최고 수준을 계속 갈아 치웠다. 가계부채는 가계소비를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다음 달부터 미국의 금리가 본격적으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금리가 인상되기 시작하면 자본의 유출을 막기 위해 우리나라도 금리를 인상시킬 수밖에 없게 된다. 이에 맞춰 내년부터 현실화될 생산인구 감소와 대량의 신규 아파트 입주가 맞물려 부동산 거품이 붕괴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렇게 되면 가계부채의 부도와 금융권의 부실채권이 급증하면서 그야말로 우리 경제는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현재의 상황은 인구고령화와 맞물려 점차로 상황이 악화되는 장기적이면서 구조적인 난국이다. 이미 연 2%대의 저성장 늪에 빠져버렸고 향후 무려 20여년을 잃어버린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동안 정부는 우리 경제의 위기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해 왔다. 개그맨 유재석씨는 “위기인데 위기인 줄 모르는 것이 진짜 위기이고, 위기인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위기 중에 나 혼자 살려고 하는 것이 더 큰 위기”라고 말했단다. 참 바른말이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임종룡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내정 직후 우리 경제가 '여리박빙(如履薄氷·얇은 얼음을 밟듯 위태한 상황)'과 같다고 말했다는 점이다. 비로소 현실을 바로 보고 있는 인물이 경제 수장으로 내정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언제 국회에서 경제부총리 인준안이 처리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배는 침몰하고 있는데 총지휘를 맡아야 할 선장이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 남은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있다. 국가가 부도위기에 몰렸던 1997년 외환위기 당시와 현재가 겹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