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스웨덴의 요나스 요나손이 2009년 펴낸 코믹소설이다. 35개국에서 번역돼 600만부나 팔렸다. 영화로도 제작됐다. 주인공 알란은 자신의 성대한 100세 생일 파티를 앞두고 자유를 찾아 양로원을 전격 탈출한다. 전 세계를 누비며 파란만장한 생을 살아 100세에 이르렀지만 “어차피 덤으로 사는 인생 더 즐기며 살자”고 다짐한다. 절도범으로 몰리는 등 좌충우돌을 거듭하지만 모든 일이 잘 풀려 친구들과 함께 발리에서 행복하게 여생을 보낸다(성기철, 100세가 싫어요, 2016. 3). ▼옛날엔 100세를 '하늘이 내려준 나이'라고 했다. 상수(上壽)라 불린 이유다. 하지만 지금은 건강관리만 잘하면 하늘 도움 없이도 100세까지 살 수 있다. 고령화 시대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생산인구 저하라는 절벽이 있다. 통계청은 최근 2016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해 11월1일 65세 이상 노인이 677만5,000명으로 15세 미만 유소년 인구수(676만8,000명)를 처음 추월했다. 소위 '인구지진'이 현실화됐다. ▼여기에다 경제발전을 위해 무한 경쟁에 내몰렸던 우리나라 가장들은 '100세 시대'라는 말이 무색하게 이른 나이에 아무런 준비없이 퇴직에 내몰리고 있다. 베이비 붐 세대가 쏟아져 나온다. 정부뿐 아니라 시민사회도 노인의 사회활동을 늘리면서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노인은 단순한 부양의 대상이 아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활동과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빠르게 진행되는 노령화 때문에 우리 사회는 세대 전쟁이 벌어질 위험에 노출돼 있다. 한정된 자원과 정치·사회적 주도권을 둘러싼 세대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획기적 고령화 대책 없는 100세 시대는 재앙이다.
권혁순논설실장·hsgweon@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