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여름방학 기간 교내에서 개최된 일학습병행제 훈련과정 설명회에 참석했을 때 사은품으로 볼펜 한 자루를 받았다. 외관상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하게 생긴 볼펜이었지만 한 가지 특이했던 점은 볼펜 윗부분에 자석을 이용한 탈착식 USB장치가 붙어 있다는 것이었다. 그 볼펜을 보면서 잠시 옛날 영화 한 편이 떠올랐다. 유명한 첩보영화 시리즈인 007 영화였다. 영화 007에서 볼펜은 그 안에 녹음장치, 초소형 카메라 등이 설치돼 은밀하게 첩보활동에 활용되던 도구로 쓰였다. 그때 당시 영화에서 일반대중에게 처음으로 선보인 제품이었지만 지금은 세월이 변한 탓에 그보다 훨씬 많은 기능이 탑재된 볼펜들이 인터넷상에서도 많이 팔리고 있어 더 이상 신기한 제품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그래도 스스로 가끔씩 이 같은 변화를 실감하며 내심 놀라곤 한다. 한번은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USB가 내장된 볼펜을 화제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하지만 학생 대부분은 이미 어느 정도 정보화기기가 발전된 이후에 태어났던지라 007 시리즈에서 선보였던 최첨단 기술들은 놀라움의 대상이 아닌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기술들이었다. 격세지감을 느꼈지만 그만큼 부지불식간에 최첨단이었던 기술들이 우리 생활에 녹아 스며들어 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비단 정보화기기 분야뿐만이 아니다. 많은 분야에서 짧은 기간에 새로운 기술들이 우리 생활을 알게 모르게 많이 변화시키고 있으며 표면처리 분야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더구나 표면처리는 모든 제품의 마무리 공정에 들어가는 기술이므로 전 분야를 망라해 함께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일례로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3D 레이저 프린터를 이용한 제품생산과 생산된 제품의 표면처리 기술은 4차 산업의 한 분야로서 소재 및 제조산업 경쟁력에 기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표면처리산업의 생산 방식은 대부분 생산성 증대를 통해 원가 절감에 집중하는 대량생산 방식이 주를 이뤘지만 앞으로는 4차 산업에 발맞춰 나가야 한다. 4차 산업의 주요 특징 중의 하나로 제품의 소량 다품종화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들은 점점 본인만이 소유할 수 있는 개성 있는 제품을 원하고 있으며 그런 요구가 4차 산업혁명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3D 프린터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도 이 같은 소비자의 요구를 공정상 간단한 설계변경으로 쉽게 원하는 다양한 제품을 생산해 만족시킬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표면처리 공정설계도 하루빨리 원가 절감을 위한 소품 대량생산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로 쏟아지는 제품을 표면처리할 수 있는 유연한 설비 구조를 갖출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왜냐하면 앞으로는 소량생산이 점점 중요해지고 시장점유율도 높아질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빠른 시간 안에 적정한 가격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소량이지만 다양한 형태의 물건을 공급하지 못한다면 기업 간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산업구조가 4차 산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