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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연명의료결정법'은 존엄사법이 아니다

오진탁 한림대 철학과 교수

1997년 서울 보라매병원의 연명의료 중단이 살인죄 판결 결정과 2009년 세브란스병원의 김 할머니에 대해 대법원이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내리면서 최근 20여년간 연명의료 중단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됐다. 2016년 2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은 2016년 2월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은 언론에서 '웰다잉법' '존엄사법'으로 이름하고 있다. '웰다잉법'은 네이버 지식백과에서도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자기 결정이나 가족의 동의로 연명치료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법”으로 해설돼 있다.

그러나 연명의료 중단 결정에 관한 법률일 뿐이다.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했다고 해서 바로 웰다잉일 수 없고 존엄사일 수 없기 때문이다. 존엄한 죽음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삶과 죽음에 대한 심사숙고가 담겨 있어야 되므로 '웰다잉법' '존엄사법'으로 약칭하는 것은 맞지 않다.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해 연명의료를 중단하면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한 것인데 좋은 죽음을 맞는 것이라고 언론이 보도해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 이 법의 제2조 6항에서는 “호스피스·완화의료란 말기 환자에게 신체적, 심리사회적, 영적 영역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와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라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호스피스 돌봄은 신체적, 사회심리적, 영적인 전인적 돌봄을 특징으로 한다. 영적 돌봄은 임종 과정 환자에게 죽음의 불안을 극복하고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이 법은 호스피스 완화 의료가 신체적, 사회심리적, 영적 영역에 대한 종합적인 치료를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으면서 죽음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WHO에서 호스피스 돌봄은 신체적, 사회심리적, 영적 보살핌으로 분명히 규정, 죽음은 뇌사나 심폐사처럼 판정의 육체적 기준만으로 충분할 수 없고 의학적 접근만으로는 부족하다.

호스피스 전문가도 “죽음에 대한 깊은 생각이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서 연명의료에 대한 법적 근거가 이뤄진다면 많은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연명의료 중단의 법제화는 입법 취지를 살리기 위한 준비가 크게 부족해 의학전문가조차 걱정하고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산하 연구소도 우리 사회 죽음의 질을 주요 40개국 중 32위로 평가했다. 임종 직전 받는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품위 있는 죽음의 준비를 돕는 정부 정책이 크게 부족하다는 것. 우리는 죽음의 질 향상을 위한 개인적, 사회적 노력을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죽음에 대한 총체적 접근이 '연명의료결정법'에 분명히 제시되고 있지 않은 게 문제다. '죽음의 의료화' 현상으로 인해 인간의 죽음 역시 '심폐사와 뇌사' 같은 의학적 죽음 이해만 고려하면 충분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죽음에 대한 의학적 접근과 법률적인 논의는 죽음의 육체적 측면만 다루는 격이다. 우리 사회는 연명의료 중단 결정의 문제와 의학적, 법률적 논의에만 초점을 맞췄고 영적 돌봄은 도외시했다. WHO에서 제시한 접근을 통해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의학적 접근과 법률적 논의를 통해 연명의료 중단 결정, 호스피스 활성화를 모색해야 임종문화 개선에 진전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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