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完) 남녀가 함께 만드는 성평등 사회로
스웨덴과 아이슬란드는 남녀 구분 없이 모두의 재능과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삶의 질이 가장 높은 선진사회로 평가받고 있다. 직장과 가정에서 남녀가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법과 제도가 뒷받침을 하고, 유아기부터 평등 교육이 시작된다. 평등한 사회는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 발전을 앞당길 수 있는 바탕이 되기 때문에 꼭 필요한 기반으로 꼽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리천장지수에서 5년째 꼴찌를 기록한 우리나라가 앞으로 평등한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살펴본다.
여성·청년이 부족한 국회
한국 의원 성비 '83% 대 17%'
남녀 동등한 의사결정 기회 줘야
“성평등 확립돼야 저출생 해결”
성평등한 언어 사용 절실
직업에 '여' 자 붙이는 관행 지적
학교생활 중 86% 성차별 경험
성역할 규정 짓는 교육도 위험
■국회의 성평등=김은경 한국YWCA연합회 성평등위원장은 성평등지수가 낮은 우리나라의 문제점을 국회에서 찾는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 국회는 남성이 83%, 여성이 17%로 구성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현재 대한민국 국회의원 대부분이 50대 전후인 남성들로 이뤄져 있고, 국회엔 여성과 청년이 없다”고 말하며 의회의 대표성을 지적했다. 이어 “형식적인 평등을 실질적인 평등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남녀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는 남녀가 동등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성평등 사회 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국회의 남녀 동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 의회는 대부분 여성의원이 60%를 차지하고 있고, 프랑스 캐나다는 동수 내각을 운영하면서 이슈의 균형성이 확보된다”며 “누가 정치를 하느냐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점에서 남녀 동수의 문제는 민주주의의 전제조건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성평등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서울시, 제주도 등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성평등 정책관 임명이나 성평등과 관련한 문제를 공론화할 수 있는 위원회 구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위원회를 구성할 때 연령대, 기구(기관·단체) 등 표본을 뽑아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지를 검토하는 것이 우선된다면 바람직한 민간협치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성평등 문화 확산은 자연스럽게 인구절벽에 직면한 우리나라의 저출생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김 위원장은 “스웨덴 정부가 '페미니스트 정부'라고 자칭하는 것은 모든 분야에 걸쳐 작은 차별도 없어야 한다는 것을 목표로 모든 정책에 성평등 가치를 녹여내고 있기 때문”이라며 “남녀 임금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 육아 휴직을 부모 모두 의무적으로 쓸 수 있는 성평등한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저출생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별 없는 언어=서울시여성가족재단(대표이사:강경희)은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첫 번째 노력으로 '언어 바꾸기'에 나섰다.
무심코 사용하는 일상 속 성차별적인 언어를 바꾸면서 의식도 함께 바꿔 나가자는 취지다. 올 6월 진행한 '시민과 함께 만드는 서울시 성평등 언어사전' 공모 캠페인에는 총 608건의 제안이 접수됐다.
가장 많이 제안된 성차별 단어는 여직원, 여의사, 여교수 등 직업을 가진 여성에게 '여' 자를 붙이는 것이었다. 또 '처녀비행' 등 '처음'이라는 의미로 앞에 붙이는 '처녀'를 '첫'으로, 성범죄 등에 악용되는 '몰래카메라'를 '불법촬영'으로, 가해자 중심의 용어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를 '디지털 성범죄'로, '그남(男)'으로 쓰지 않듯이 3인칭 대명사인 '그녀(女)'를 '그'로, 인구문제의 책임이 여성에게 있는 것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는 '저출산'을 '저출생'으로, 결혼을 아직 안 했다는 의미인 '미혼(未婚)' 대신 '비혼(非婚)'으로 바꾸자는 제안도 있었다. 이어 '유모차(乳母車)'에 어미 모(母)만 들어가는 것도 평등육아 개념에 반하는 것이기에 아이가 중심이 되는 '유아차(乳兒車)'로 개선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시민들의 제안으로 선정된 '서울시 성평등 언어사전'은 더 많은 시민과 공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로 제작되고, 홍보물을 만들어 확산시키고 있다.
재단은 교육과정에서의 성평등한 언어 사용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학생의 날(11월3일)'을 앞두고 진행한 시민참여 캠페인 설문에서도 '학교생활 중 성차별적인 말을 듣거나 행동을 경험한 적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86.7%가 '경험이 있었다'고 답했다. 학교에서 겪는 성차별 말과 행동으로는 '여자는 공부 못해도 얼굴만 예쁘면 된다', '여학생은 글씨를 잘 써야 하고, 남학생은 못 써도 된다', '남자애가 먹는 게 그게 뭐니? 여자애처럼' 등이다. 또 올해 서울시의 한 초등학교 2학년 시험문제 '저녁준비, 장보기, 빨래, 청소하기 등은 주로 누가 하는 일인가요?' 질문의 정답은 '엄마'였다는 사례를 들며 성별로 나눠 고정된 역할을 규정짓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지적했다.
정선재 재단 경영기획실 차장은 “대체할 말이 없거나 습관적으로 성차별적인 언어들을 쓰는 경우가 많다”며 “단어 하나가 생각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면 행동을 바꿀 수 있기에 성평등 언어가 성평등 의식을 높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하늘기자 2sky@kwnews.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