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보다 일찍 도시 성장의 한계를 경험한 영국은 1990년대부터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했고, 국내에서는 2013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로 도시재생이 선정되면서 국가 사업으로 대두됐다.
그러던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사업으로 채택되면서 도시재생은 강력한 정책으로 변신했다. 물론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공적재원의 투입이 급작스럽게 확대되면서 여러 문제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이에 대한 비판 또한 팽배해지고 있지만 적어도 기존의 도시재개발로 쇠퇴지역의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도시문제는 다양한 요소가 서로 날실과 씨실로 엮여 있기 때문에 한 가지 방법으로 해결하기란 불가능하다. 예산을 많이 들인다고 해서 반드시 그 정책이 성공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 또한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의 중요도는 흔히 예산액수에 의해 평가된다. 적은 예산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업들 또한 얼마나 의미 있는지 아무리 떠들어봤자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곧 힘으로, 가치있는 일로 인식된다.
2008년부터 운영됐던 강릉시 마을만들기지원센터는 강원도에서는 처음으로, 전국에서는 세 번째로 설립됐다. 강릉시의회에서는 조례까지 만들어 센터를 지원했고 한때는 전국의 모범 사례로 일컬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며칠 전에 열린 강릉시의회에서는 마을 만들기와 연관된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결정을 함으로써 강릉시 마을만들기지원센터는 중간지원조직으로서의 역할을 종료하게 됐다.
물론 이러한 결과가 아무런 조짐도 없이 갑자기 발생한 것은 아니었다. 몇 년 전부터 센터가 위태롭다는 인식은 공유돼 있었고, 지난해에도 전액 삭감된 적이 있었다.
비록 강릉시의 마을만들기사업 예산은 그다지 크지 않아도 가치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믿고 있었기에 협동조합 플랫폼에서는 강릉시 마을만들기지원센터의 존립과 정상화를 2019년도 최우선 목표로 선정해 민간 위탁사업을 맡게 됐다.
올 12월에 들어서는 강릉시 마을만들기지원센터의 담당 부서가 변경됐고 강릉시도시재생센터와 통합하라는 시의회의 요구에 따라 조직개편에도 응했다.
비록 강릉시도시재생지원센터의 하부 조직으로 재편되면서 그 위상이 바뀌게 됐지만 도시재생사업에서 할 수 없는 부분을 마을 만들기를 통해서 할 수 있고 형식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는 판단하에 강릉시와 강릉시의회의 모든 요구 조건을 긍정적으로 수용했다. 열심히 일을 해서 존재 가치를 부각시키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몇 백억원에 달하는 도시재생 예산에 비해 몇 억원 되지도 않은 마을 만들기의 존재는 너무나 미미했다.
플랫폼의 대표로서 “이제까지 마을만들기사업을 시행했던 분들께, 내년도 사업을 계획하고 있었던 모든 분께 죄송하고 송구스러운 마음을 전합니다. 밤낮으로, 휴일도 없이 현장을 뛰어다녔던 마을만들기지원센터 직원들께도 미안합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지난 십여년간 지역의 마을만들기사업을 지켰던 모든 분께도 마지막으로 인사를 전합니다.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