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리랑 선율에 청중 노래 부르고 … 연주가들은 박수 유도
음악제의 주제 '그 사이 어딘가에' 확실히 보여줘 진한 여운
오는 25일까지 원주·강릉·속초·평창·철원·고성서 이어져
휘파람을 불고 무대 곳곳을 휘저으며 바이올린을 연주하던 연주가의 손끝에서 아리랑의 선율이 흘러나오자 관객들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을 함께 불렀다.
지난 15일 오후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 '컬러스 오브 인벤션'은 마지막 앙코르곡까지 관객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겼다. 이날 공연은 손열음 예술감독이 이번 음악제의 주제로 설정한 '그 사이 어딘가에(Somewhere in Between)'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손 감독이 “우리는 어딘가에 속하지 못하는 어중간함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 어중간함이야말로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창조를 향해 충만해지는 과정이 아닐까?”라고 던진 질문에 컬러스 오브 인벤션은 과거와 현재의 사이, 지역과 세계의 사이를 유영하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공연들로 두려움을 날리라고 답했다.
공연의 장르를 하나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앙상블을 결성한 바이올리니스트 쥘 아팝이 전체 공연을 이끌었고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미리엄 라파르그, 더블 베이스의 필리프 노아레, 피아니스트 변애영 네 사람은 때론 웃으며 또 이야기하며 발을 구르며 음악을 만들어냈다. 클래식 공연에서 보기 힘들게 연주가들이 유도하는 박수가 멜로디에 얹어졌고 관객들의 노래가 공연의 일부가 됐다.
특히 쥘 아팝은 구전으로 체득했다는 '봄의 왈츠' 민요를 시작하며 “춤춰도 좋아요”라고 말했고 관객들을 미국 중부 어딘가, 지친 일과를 마치고 광장에 모여 춤으로 인생의 순간들을 즐기려는 사람들 곁으로 데려가기도 했다.
전통처럼 내려오는 작품들의 암묵적인 룰을 깼다는 이유로 여러 비난을 받기도 했던 쥘 아팝이지만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면서도 여러 사람에 의해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민속음악을 연구해 오던 그는 이 공연으로 한국 청중들과 진하게 교감했다.
2020 대관령겨울음악제는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없는 공연들로 어딘가에 속해 있지 못하고 휘청대는 관객들을 울리고 또 위로하고 또 즐겁게 하고 있다. 마케도니아의 민속음악이 춘천, 원주, 정선을 들썩이게 했고 하프와 첼로의 협연이 강릉과 평창을 휘감았다.
음악제는 오는 25일까지 펼쳐지며 LP듀오와 피스풀 뉴스, 겨울 나그네 공연으로 원주, 강릉, 속초, 평창, 철원, 고성을 찾는다. 국적은 모두 다른 연주가들이지만 대관령겨울음악제라는 이름으로 뭉친 이들이 또 어떤 전통과 창조의 사이, 갈등과 화합 사이에서 음악이라는 언어로 관객들을 사로잡을지 기대를 모은다.
이현정기자 toget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