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금요칼럼]지방자치로 획득하는 가치

김순은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 위원장 서울대 교수

자신이 내린 결정에 스스로 책임을 진다.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 공동의 문제를 이웃과 숙의하고 협력을 통해 해결한다. 사회적 가치와 공공의 목적을 위해 본인의 이기심을 자율적으로 조절한다. 이러한 것들이 지방자치를 통해 획득하는 가치들이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중앙정부의 정치적 의도에 의한 산물이었다. 1952년 최초 지방자치 선거는 자유당의 정권 연장이라는 정치적 목표가 있었다. 1961년 5·16 군사정변으로 중단됐던 지방자치는 민주화의 산물로서 1991년 재탄생됐다. 이때의 지방자치는 여야 간의 평화로운 정권교체를 위한 수단으로 간주됐다. 따라서 지방자치는 주민자치와 관련된 실질적인 내용보다는 선거의 실시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불완전한 제도로서 출범하게 됐다.

30년의 지방자치의 경험을 통해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선출하는 단체자치보다 주민의 참여를 기초로 주민이 주인이 되는 주민자치의 필요성을 체감했다. 지도자의 교체를 통한 민주주의의 발전은 이뤘지만 주민 스스로 참여하고 숙의하며 결정하는 양보의 룰에 대한 학습은 이뤄지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젊은 세대에게 민주주의를 학습하고 훈련할 기회가 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상기의 문제를 인식하고 자치분권을 국정의 핵심과제로 선정했다. 저출산·고령화 및 지역의 인구감소에 따라 자치분권은 더욱 중요해졌다. 자치분권의 목표를 제도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법안 중의 하나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다.

주민들이 지역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법을 찾는 역량 및 훈련을 제공하는 주민자치는 지방정부의 자치역량과 직결된다. 주민자치는 주민 간의 신뢰와 규범 및 네트워크 등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는 과정이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주민의 참여와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주민자치회 제도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주민자치회의 주민대표성을 제고하고 재정적 지원이 가능하게 하는 내용이다. 주민자치회를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가 착근되면 주민주권을 구현하는 상향식의 분권형의 국정 운영이 가능하게 된다.

시대적 상황에 따른 지방행정체제의 탄력적 운영도 필요하다. 조선시대에도 우리나라의 행정구역은 8도였다. 교통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행정구역은 타의 반 자의 반으로 현재 17개 시·도로 분할되면서 축소 지향적인 특징을 보였다. 저출산·고령화 및 인구감소의 시대를 감안할 때 지방의 탄력적인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법 개정안에는 이를 위한 몇 가지 의미 있는 제도적 대안이 포함돼 있다.

첫 번째의 방안이 기관 구성의 다양화다. 지방정부는 제헌헌법 이후부터 기관분리형과 기관통합형을 시험했으나 1960년 민주당 정부와 1995년 이후부터는 일률적으로 기관분리형을 채택하고 있다. 지방의원 후보자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은 기관통합형을 도입하면 오히려 우수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정부의 협력적 거버넌스를 통해 특별지방자치단체의 제도적 근거를 마련한 점도 매우 의의가 크다. 특별지방자치단체는 시·도의 경계를 넘는 초광역적 협력의 조성은 물론 시·군·구 간의 협력을 위해서도 활용될 수 있다.

지방자치법 정부개정안은 지방자치제도의 역사적 한계를 극복하고 향후 전개될 새로운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자는 의도다. 대표자를 통한 지방자치를 넘어 주민이 주인이 되는 주민주권의 시대를 여는 제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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