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12일은 천주교 원주교구 초대교구장 고(故) 지학순(1921~1993년·사진) 다니엘 주교 선종 27주기다. 지학순기념사업위원회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날 개최하기로 한 추모미사와 선종 27주기 기념 심포지엄을 취소하는 대신 올 하반기 지 주교가 진행해 온 교육사업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기로 했다.
지학순 주교는 1965년 원주교구 설정과 함께 초대교구장으로 취임한 이후 평생을 정의와 인권, 평화운동에 헌신한 인물이다. 국내 최초의 가톨릭센터를 건립, 신자뿐 아니라 시민들에게 개방해 문화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고, 힘없는 사람들이 서로 도우며 살 수 있도록 원주에 진광학원을 설립해 인재교육에도 힘썼다.
1970년대 들어서 지 주교는 인권운동, 사회 운동을 전개했고 1971년 원동성당에서 사회정의 구현과 부정부패 규탄대회를 열어 교단 차원의 사회규탄을 시작했다. 1974년 원동성당에 내외신 기자들을 불러 이른바 '원주선언'이라 불리는 '유신헌법은 무효'라는 양심선언을 하고 유신독재체제에 온몸으로 대항하다가 투옥됐다.
김수환 추기경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면담을 통해 지 주교의 석방을 끊임없이 요구했고, 지 주교의 구속으로 결성된 천주교정의구현전구사제단이 지속적으로 반발하자 정부는 지 주교를 석방한다.
이후에도 지 주교는 인간에 대한 사랑을 놓지 않았다. 가난과 고통이 억압 정치와 구조악이라는 것을 알고 개혁을 위해 애썼다. 광산촌에는 노동 상담소를 만들었고 가톨릭 의원을 개설해 결핵 퇴치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병들고 오갈 데 없는 노인들을 돌보는 노인요양시설, 장애인 수용시설, 중증 요양원, 종합사회복지관 등의 시설을 개설했다. 제천, 사북, 고한, 태백 등에도 양로원, 무의탁 청소년 보호시설, 무료 급식소 등이 운영될 수 있도록 했다.
신우식(용소막성당) 지학순기념사업위원회 학술연구 담당 신부는 “원주교구 주보 '들빛'을 통해 앞으로 진행될 계획을 소개하고 장학회 등으로 뜻을 이어갈 예정”이라며 “지 주교님이 품고 나눠주신 시대정신을 조명하고 그 혜안이 현대까지 이어져 지역사회 공헌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애쓰겠다”고 했다.
원주교구(교구장:조규만 바실리오 주교)는 2018년 지학순기념사업위원회를 신설하고 기획홍보·학술연구·기념사업 등을 추진해 왔다. 현재 박상용 신부를 위원장으로 탄생 100주년과 선종 30주년을 준비하고 있다.
이현정기자 together@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