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이정희 강원대 교수의 수면과 생체리듬]잠자면서 물건 던지고 구타 파킨슨병 전조증상 일수도

(10) 수면 중 꿈의 내용이 실제 행동으로?

수면 중에 잠꼬대하는 경우는 어린 시절부터 흔하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중년 이후 특히 노년에 잠꼬대의 정도가 심해지거나 빈번해지는 경우는 그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스트레스나 환경적 변화로 인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수도 있으나 반복적일 때에는 가볍게 보면 안 된다. 또한 소리를 지르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팔다리를 휘두르거나 옆에서 자는 사람을 주먹으로 치는 일 등이 발생하면 적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때로 잠을 깨워서 깨기 직전에 꾼 꿈에 관해 물으면 꿈의 내용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꿈속에서 했던 자신의 행동이 깨기 직전에 옆 사람이 관찰했던 행동과 일치하는 때도 적지 않다. 즉 꿈의 내용이 현실에 그대로 반영되는 사건 수면이 바로 렘(REM)수면 행동장애다. 원래 꿈이 많아 꿈수면으로도 불리는 렘수면기에는 근육 긴장도가 소실돼 손끝 하나 까딱할 수 없다. 그러나 렘수면기에 비정상적으로 근육의 긴장도가 높아져 꿈의 내용이 실제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를 병으로 여기지 않고 지내다가 자신이나 옆의 사람이 다치게 되면 병원 응급실로 오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심하면 물건을 던져 깨뜨리기도 하고, 침대에서 떨어지거나 벽에 머리를 들이받는 등 이로 인해 외상을 입을 수도 있다.

알코올, 마약 등의 금단이나 항우울제 등을 장기간 복용한 경우에 이런 증상이 유발될 수 있으나 특별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도 흔하다. 최근에 렘수면 행동장애는 신경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에 앞서 나타나는 전조 질환으로 알려져 왔다. 야간수면다원검사로 진단할 수 있지만 '수면공포' 같은 다른 사건 수면이나 경련성 질환과의 구별이 필요하다. 한편,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경우에도 렘수면에서 깨어날 때 이 질환과 유사한 혼돈 각성을 보일 수 있으므로 감별이 매우 중요하다. 렘수면 행동장애를 동반한 파킨슨병 환자의 꿈은 부정적인 내용이 훨씬 많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수면공포' 환자와 다르게 꿈속의 위협적인 상황에서 도망을 가기보다는 반격을 하는 내용이 훨씬 많이 보고되고 있다.

이 질환에서 수면 중 보이는 폭력적인 모습은 평소의 인격과는 특별한 관련이 없으나, 스트레스가 쌓여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증상이 발견되는 예도 있으므로 심리적인 원인으로 병이 생긴다고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신경퇴행성 질환이 그 원인으로 시사됨에 따라 심리적인 요인은 단지 악화요인에 불과하다. 한편 평소 온순하던 사람이 수면 중에 언행이 과격해지는 모습이 관찰되면 꿈과 현실이 동전의 양면처럼 바뀌듯이 인격의 퇴행이 오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 실제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력 감퇴 등의 치매 증상이 동반됨을 세심하게 관찰해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나쁜 꿈을 꾸고 나면 기분이 상하고 두려움이 생기기도 하지만, 꿈은 꿈일 뿐이라 여기고 그 내용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