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詩와 함께한 짧은 생애, 긴 여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원주 태생인 우대식 작가

요절한 천재들 이야기 엮은

'비극에 몸을 데인 시인들'

원주에서 태어난 우대식 시인이 요절한 천재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비극에 몸을 데인 시인들'을 출간했다.

유쾌하고 세심했던 청년 신기섭과 가난에 허덕이며 술로써 시를 적어내린 김용직, 그리고 광기 어린 눈빛으로 세상을 들여다 본 이연주·여림 시인까지. 청춘의 시간을 모조리 '시'에 매달렸던 시인 12명의 삶이 담겼다.

우 시인은 병들고 고단했던 몸, 빠져나올 수조차 없던 가난한 생의 조건, 그들을 막아세웠던 수많은 세상의 벽을 소리 없이 꾹꾹 눌러담았다. 그리고 이름 모를 어느 골목 아래서 스러진 이들의 기록을 '젊은 죽음(요절:夭折)'이 아닌 '재능으로 휘어 부러뜨려진(요절:撓折) 천재'라고 정의했다. 책 속의 시인들은 자신의 삶이 그리 길지 않으리라 예견한 듯 글로써 치열한 흔적을 남겼고, 이들의 생(生)은 덩그러니 세상에 남겨졌다.

비무장지대에 가까운 파주 통일동산에서부터 땅끝 완도까지, 무려 1만㎞에 가까운 여정을 통해 그들이 남긴 족적을 훑어내린 우 시인은 죽은 시인과 죽지 않은 시를 동시에 마주했다. 이에 급히도 타올랐던 이들이 시로써 표현했던 세상을 깊이 그리고 천천히 바라봤다.

그들이 스쳐간 이곳은 근사한 이유를 찾아야 하는 막막한 땅이면서도 너무나 아름다운 공간이다. 죽음의 언저리를 산책하던 예민한 영혼들이 세월이 훌쩍 흐른 지금까지도 대중들로 하여금 '빛나는 순간의 누군가'라고 기억되는 이유다.

정호승 시인은 추천사에서 “이 책은 일찍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뛰어넘어 그 자체가 한 편의 위대한 시가 된 이들의 이야기”라며 “나와 함께 시의 청춘시대를 보낸 그들을 어찌 잊을 수 있겠냐”고 말했다.

우 작가는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늙은 의자에 앉아 바다를 보다' '단검' '설산 국경' 등을 썼다. 현재 평택 진위고 교사로 재직 중이며 숭실대 문예창작과 강사로 활동 중이다. 새움 刊. 368쪽. 1만4,000원.

김수빈기자 forest@kwnews.co.kr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