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학기 학생들의 강의 평가 결과가 조금은 당황스럽게 느껴졌다. 학생들의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하고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마치며, 강의 만족도가 다소 내려갈 것으로 예측했는데, 오히려 약간 올라가 있었다. 다행으로 느껴지기보다는 무엇에 얻어맞은 것 같이 약간 혼란스러웠다.
올 초부터 우리를 본격적으로 괴롭히기 시작한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부문에서 혼란과 변화가 생겼고, 대학교육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3월에 1학기를 시작하면서 대학들은 처음 2주간만 원격 수업을 실시할 계획을 세웠지만, 결국은 한 학기 내내 언택트 수업을 해야만 했다. 교수도 학생도 예측과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나는 다행히 사이버 교과목 경험이 있었지만 고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으로 대면 강의에서는 학습준비를 많이 하지만, 증발성 수업에 익숙해져서 콘텐츠 구성이 다소 소홀해질 수도 있다. 온라인 강의에서는 동영상으로 제작되고, 매체를 통해 학습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강의 콘텐츠가 개관-학습목표-학습목차-학습내용-학습정리-참고자료 소개-다음 차시 예고가 순서대로 정교하게 이뤄져야 한다. 강의는 대학에서 제공하는 시스템을 이용하거나 집이나 연구실에서 실시간 원격 학습이나 동영상으로 녹화한다.
이런 과정으로 1학기 수업을 마치며 학생들도 많은 아쉬움과 부족함을 느껴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왜 강의평가는 올라갔을까? 평가 결과를 보며 약간은 안도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아 모두 변화에 익숙해져 가고 있구나!' 하는 시대적인 상황이 무겁게 다가왔다.
교수들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학생들은 교수들의 학습의 질과 열정을 평가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에 대해 학생들의 긍정적 평가가 높은 이유는 교수들의 우수한 콘텐츠와 학습법에 대한 노력에 대한 인정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에게 편의성을 주었다는 것이다. 자유로운 장소에서 편한 시간에 휴대폰, PC 등을 통해 수강할 수 있고, 학생들이 대면 수업에서 다소 불편하게 느끼고 있는 토론이나 질의응답 없이 꼭 필요한 내용만을 학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대학들은 한시적으로 절대평가 방식으로 성적을 부여해 학점이 대부분 상향됐다.
잉카와 아즈덱 제국을 멸망으로 이끈 '천연두', 중세 유럽을 초토화시킨 '페스트', 상하수도정비로 이어진 '콜레라'등 뿐 아니라 인류는 빅히스토리 진행 과정에서 수많은 팬데믹을 맞이했다. 어려운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 과정은 극복되었고, 문화, 과학 등에서 새로운 변화를 만드는 동력이 되기도 했다. 코로나19도 조만간 종식이 되겠지만, 그 이후 우리 사회와 더불어 대학교육도 많이 변화할 것이다.
하버드보다 들어가기 어렵다는 온라인 대학 '미네르바대학'과 같은 원격 대학교육의 활성화를 예견하고는 있었지만,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그 속도가 엄청 빨라질 것이다. 다양한 원격 교육방법이 발전하고, 학습의 질도 비약적으로 증가하여, 미래의 보편적인 대학교육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