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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룰스 오브 인게이지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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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스 오브 인게이지먼트(Rules of engagement). 교전수칙을 말한다. 적군과 마주쳤을 때 전투를 개시하고, 이를 지속해야 할지, 중단해야 할지 그 한계를 규정해 놓은 규칙이라고 할 수 있다. 유사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필요한 무력 사용에 대한 허가와 제한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각각의 나라들은 우발적인 작은 충돌이 전쟁 상황으로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에 서로 다른 상황에 대처하는 단계별 대응 규칙들을 정해 놓고 있다. 그래서 교전수칙은 항상 논란이 된다. ▼ 2000년에 개봉한 영화 '룰스 오브 인게이지먼트'는 예멘의 미 대사관 보호에 나선 해병들이 시위대와 충돌하고 이 과정에서 해병대원과 시위대가 사망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해병 지휘관은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을 사살했다는 이유로 군사재판에 회부된다.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을 사살할 수 없다는 '교전수칙'을 깨트렸기 때문. 하지만 지휘관은 시위대가 무장하고 있었고 대사관을 향해 발포했다고 맞선다. 이 모든 것은 외교적 위험을 벗어나기 위한 미국 정부의 음모였다.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1914년. 겨울이 되고 어김없이 찾아온 크리스마스의 밤이었다. 독일군과 영국군의 대치 상황 속에서 독일군 참호에서 캐럴 소리가 들리더니 병사 하나가 작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들고 참호 밖으로 나온다. 무모한 듯 보인 그의 행동은 기적 같은 일을 만들어 낸다. 이를 계기로 양측은 서로 악수를 하고 포옹을 하며 크리스마스를 즐겼고, 대치 중에 수습이 어려웠던 시체도 수습할 수 있었다. 이들 스스로 정전상태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당시 문제를 두고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지리하게 이어지고 있다. 적어도 위정자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 문제는 해결된 듯하다. 명석한 지휘관들을 뽑았어야 했다. 국민을 대표한다는 이들 지휘관의 머릿속에는 밥그릇 싸움만 가득해 보인다. 하물며 전쟁 중에도 악수를 나눈다.

오석기부장·sgto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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