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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라면 화재' 형제 엿새째 의식 불명…여전히 산소호흡기 의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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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정의 손길도 잇따라

◇사진=연합뉴스

부모가 없는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가 일어난 불로 중상을 입은 초등학생 형제가 엿새째 의식을 찾지 못해 산소호흡기에 의존한 채 계속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14일 경찰과 인천시 미추홀구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발생한 인천 미추홀구 빌라 화재로 크게 다친 초등생 A(10)군과 B(8)군 형제는 이날 오후 현재도 서울 모 화상 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 형제는 화상뿐 아니라 화재 당시 검은 연기를 많이 흡입해 자가 호흡이 힘든 상태여서 산소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다.

온몸의 40%에 3도 화상을 입은 A군은 호흡기 부위 등의 부상이 심각해 의료진이 수면제를 투여해 치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리 등에 1도 화상을 입은 동생 B군의 경우 지난 17일 호흡 상태가 다소 나아짐에 따라 의료진이 산소호흡기를 제거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산소호흡기를 뗀 뒤 재차 자가 호흡이 되지 않아 계속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A군 형제의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지면서 후원을 주관하는 사단법인 학산나눔재단 측에는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학산나눔재단에 따르면 17, 18일 이틀 동안 시민 140여명이 A군 형제에게 3천만원가량을 기탁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다수 시민은 "아이들이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병원 치료비로 써 달라"며 적게는 1만원에서 많게는 1천만원까지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정 기탁된 후원금은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재단 측이 모아 집행할 방침이다.

기부자가 기부금의 용도를 지정할 수 있는 '지정 기탁'인 만큼 재단 측은 모인 기부금을 A군 형제 치료비로 우선 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학산나눔재단 관계자는 "하루에도 수십 통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며 "기부금이 기금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되지 않도록 미추홀구와 협의해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A군 형제는 지난 14일 오전 11시 10분께 인천시 미추홀구 한 4층짜리 빌라의 2층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가 일어난 화재로 중화상을 입었다.

이들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한 여파로 등교하지 않고 비대면 수업을 하는 중에 외출한 엄마가 없는 집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려다가 변을 당했다.

A군은 안방 침대 위 아동용 텐트 안에서 전신의 40%에 화상을 입은 채 발견됐고, B군은 침대와 맞닿은 책상 아래 좁은 공간에 있다가 다리 등에 화상을 입었다.

화재 직후 현장에 출동한 한 소방관은 "책상 위에는 컴퓨터 모니터가 있었고 책상과 바로 붙어 있는 침대 사이 공간에 쌓여있던 이불을 걷어내고 안에 있던 작은 아이를 구조했다"고 말했다.

형인 A군이 동생 B군을 책상 아래 좁은 공간으로 몸을 피하게 하고, 자신은 화재로 인한 연기를 피해 텐트 속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모친 C씨가 오랜시간 집을 비운 사이 화재가 발생해 아이들이 크게 다친 점을 고려해 방임 혐의 수사에 착수할지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동보호전문기관, 학대예방 경찰관(APO)과 함께 사실관계를 우선 확인할 예정"이라며 "범죄 혐의점이 있어 보이면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A군 형제와 모친 C씨는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로 경제적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매달 수급비와 자활 근로비 등 160만원가량을 지원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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