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귀에 경 읽기'라는 말이 참 찰떡같이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웬만해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설득이나 조율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레 거짓이라고 결정해 버리고는 마음이 맞는 몇몇이 모여 시시덕거리고 쑥덕거린다. 무조건 자신들이 옳다고 말한다. 대화를 통한 프로세스가 작동할 리 만무하다. 우리가 사는 이 사회는 이처럼 '확증 편향'의 병을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찬 병동이다. ▼확증 편향이 무엇인가. 자신이 오래전부터 품고 있던 생각, 그것의 옳고 그름과는 관계없이 그 생각을 뒷받침하는 유리한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성향이다. 그 생각을 신념이라고 한다면, 자신의 신념과 맞지 않는 정보는 가볍게 무시해 버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것이 진실일지라도 말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아직 덜 자란 어른들의 세상에 우린 살고 있다. ▼'라쇼몽(生門)'은 확증 편향의 예를 가장 명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일본 영화다. 영화는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사무라이와 그의 아내는 산을 지나다 도둑을 만나게 된다. 도둑에게 아내는 겁탈을 당하고 사무라이는 목숨을 잃는다. 나무꾼이 사무라이의 죽음을 관청에 알리면서 수사는 시작되는데 느닷없이 진실공방이 벌어진다. 산적은 자신이 결투 끝에 정당하게 사무라이를 죽였다고 하고, 아내는 남편이 무서운 나머지 자신이 죽였다고 한다. 무당에 씌인 사무라이 귀신은 아내의 배신 때문에 자결했다고 주장한다. 하나의 죽음, 세 개의 진술이다. ▼영화 '트루먼 쇼'에서 거대한 세트 안에 살며 자신의 삶이 생중계되던 트루먼 버뱅크는 결국 자신이 꾸며진 세상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곳을 탈출한다. 세트장 문을 박차고 나간 그에게 우리는 박수를 보냈다. 거짓으로부터의 탈출인 것이다. 확증 편향이 횡행하는 정치권, 언론에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내 생각이 틀린 건 아닌지, 편견의 문을 열고 나가 보시라.
오석기문화체육부장·sgto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