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연의'는 유비가 자신의 기반을 찾아 떠돌다 대권주자로까지 성장하는 서사시다.
젊은 시절 돗자리 짜던 한량 유비는 관우, 장비와 의기투합해 거병하지만 여전히 방랑군 또는 유력자의 식객에 머물렀다. 그러나 적벽대전 이후 형주라는 자신의 사실상 첫 기반을 얻은 후 대륙의 캐스팅 보트를 쥐게된다. 파촉 지역을 점령한 뒤에는 유력한 대권주자로까지 부상하게 된다. 제갈공명이 유비에게 진언한 '천하삼분지계'는 지역 기반이 필요하다는 통찰이었다.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수많은 군웅 중 나름 지분을 차지했던 이들 역시 '중원의 조조', '동오의 손씨일가', '하북의 원소', '형주의 유표' 등 모두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다만 자수성가형 리더인 유비는 전적으로 지역 기반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그는 '인재 중시', '정통의 계승 또는 복원'이라는 뚜렷한 정치적 의제도 갖고 있었다. 리더로서 확고한 의제를 제시했기에 그에게 지역 기반과 기회가 주어졌을 때 정치적으로 급부상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하북을 통일한 엘리트 원소가 조조에 패해 역사에서 사라진 것도 '실용주의'라는 조조의 의제에 맞설 정치적 콘텐츠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년 4월 서울·부산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정치시즌이 시작된다. 다가오는 시즌은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 6월 지방선거로 이어지는 장기 레이스다. 대선 레이스를 보더라도 여권의 지지율 투톱인 '경기의 이재명', '전남의 이낙연'은 확실한 지역 기반을 두고 있다.
야권은 최근 지지율 상승에도 아직 정치 참여 여부가 불분명한 윤석열이 유력 주자로 거론되는 현상은 '제주의 원희룡' 외에 지역 기반을 둔 주자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다소 이르지만 지역 기반론은 2022년 6월 새로운 도백을 뽑는 지방선거에도 적용할 수 있다. 여권에서는 주로 영서지역의 인사, 야권에서는 영동지역의 인사가 거론된다는 점에서 2022년 지선 역시 영동과 영서의 대결이자, 각자의 지역을 기반으로 누가 주변지역으로 표를 확장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2022년 새로 선출될 강원도의 리더는 영동과 영서의 통합과 강원도를 기반 삼아 중앙무대에 영향력을 발휘하며 '인재가 없다'는 지역의 숙원을 풀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정치적 의제 설정이 될 것이다.
그동안 강원도의 정치적 의제는 올림픽이었으며 최근에는 평화와 뉴딜 및 첨단 신(新)산업 육성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출사에 뜻을 둔 입지자들은 이를 넘어서는 새로운 의제를 제시해야 주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고 강원도의 도약을 견인할 수 있다. 나아가서는 강원도를 기반삼아 유비처럼 대권주자가 될 수도 있다.
내년 4월 보궐선거 이후 정치시계는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질 것이며 사실상 지방선거 경쟁도 시작이다. 지역을 이끌 정치적 의제는 순식간에 나오지 않는다. 준비된 리더라면 미리 강원도의 의제에 골몰해야 한다. 정치의 흥행은 곧 차기 권력의 크기와 비례한다. 차기 지방선거의 관전포인트를 '지역 기반과 의제 제시 능력을 두루 갖춘 리더를 찾아 전국 주자로 육성해보자'로 설정해보면 지방정치를 보다 흥미있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