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탄광촌 역사·신앙 품은곳 화마 딛고 일어나길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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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건립 '영월 상동공소' 화재로 소실

◇천주교 원주교구 황지본당(주임:김기성 신부) 영월 상동공소가 최근 화재로 소실돼 형태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망가진 모습이다. 사진=황지본당

신도 늘어 1959년 본당 승격 성당 신축

광산지역 첫 신자공동체 '역사적 의미'

돔 형태 건물 문화재가치도 높이 평가

10명 남짓 신자 주일미사서 아픔 나눠

근현대 탄광지역의 역사와 신앙을 60년 넘게 고스란히 간직해 온 영월 상동공소가 최근 화재로 소실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천주교 원주교구에 따르면 황지본당 상동공소에 지난 1일 화재가 발생, 돔 형태의 지붕이 내려앉고 성당 내부 형태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사실상 전소됐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현재 종탑과 벽돌 구조의 제대 벽면만 남은 상태다.

영월 상동공소는 교구 내에서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1952년 10월 영월성당 관할 상동공소로 설립된 이곳은 점차 신자가 늘어나면서 1959년 2월 본당으로 승격됐다. 영월 광산지역에 처음으로 신앙을 전파했던 이영섭 신부가 초대 주임신부로 부임했고 같은 해 10월21일 새 성당 건물을 짓고 봉헌식을 올렸다.

광산이 성황리에 개발될 당시 가장 먼저 건립된 신자 공동체였고, 1959년 건립 당시 돔 형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문화재로서도 보존 가치가 높다고 평가받아 왔다.

하지만 1980년대 텅스턴 광산산업이 차츰 활기를 잃으면서 성당 신자 수도 줄었고 1993년 다시 공소로 격하, 태백 황지성당으로 편입됐다. 현재에는 10명가량의 신자가 남아 상동공소를 지켜오고 있었다. 화재 발생 이후 김기성 황지본당 주임 신부는 공소 신자 가정에서 주일 미사를 주례하며 갑작스레 맞은 아픔을 나눴다.

김기성 신부는 “이곳은 단순한 공소가 아니라 탄광촌의 역사와 신앙을 기억할 수 있는 중요한 곳이었기에 더욱 마음이 아프다”며 “하느님께서 지금의 역경을 좋은 상황으로 바꿔주실 거라는 믿음이 전국의 교우들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기도로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현정기자 together@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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