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이코노미 플러스]여인숙·쌀집이 관광 핫플레이스로…도시의 매력을 창조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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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크리에이터 6인 저서 출간

◇속초 동명동 소호259 게스트하우스 1호점. 오래된 은광 여인숙을 재해석 리모델링해 관광객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바야흐로 크리에이터 전성시대다.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들은 유튜브 등 플랫폼에서 채널을 만들고 직접 생산한 콘텐츠를 올려 수 많은 구독자와 소통한다. 근래에 주목받는 이들은 '로컬 크리에이터(Local Creator)'다. 지역의 자연, 문화, 역사 등 지역성을 기반으로 사업 모델을 만들고 지속 성장하는 '창의적인 소상공인'이다.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는 2015년부터 강원도내에 200여명의 로컬 크리에이터를 발굴했다.이들의 지난 6년간(2015~2020)의 성장기를 살펴볼 수 있는 책 6권이 이달 출간됐다. 코로나19로 지난해 대면 행사가 취소된 가운데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는 처음으로 '로컬 크리에이터 저술지원사업'을 추진했다.

지역 자연·문화·역사 기반으로 사업모델 '창의적 소상공인'

오래된 도심속 공간 재해석·리모델링 관광명소로 환골탈태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저술 지원 통해 성공 노하우 알리기

책을 출간한 로컬 크리에이터 6명은 공통점이 2개 있다. 첫째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란 점, 둘째는 '경험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이란 점이다. 강원도 청년인구 감소를 걱정하고 대안을 찾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강릉살이 이야기 '나는 강릉에 삽니다'=병산동의 48년 된 외양간을 갤러리로 바꾼 '소집'을 운영 중인 고기은씨는 '나는 강릉에 삽니다(참깨 刊)'를 출간했다. 서울에서 방송작가로 일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온 고기은 대표는 이 책에서 강릉살이의 의미를 담았다. 이웃과 함께 찾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강릉에 거주한지 1년 차인 사람부터 54년 차까지,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사람의 글을 모아 엮었다.

강릉 거주 37년 차인 김혜정씨가 쓴 '강릉 중·고생들의 바람은 아마 대관령을 넘어 인 서울(in Seoul) 대학에 가는 것일 것이다'란 문장은 수십 년째 풀리지 않는 강릉의 문제다.

■서울 출신 남매의 속초 동명동 정착기=서울에서 태어난 이상혁·승아씨 남매는 2015년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속초 동명동에 소호259 게스트하우스 1호점을 창업해 최근 (주)트리밸이란 법인까지 설립했다. 이 성장 과정을 담아 '동명동으로 어서오소호(맑은샘 刊)'를 출간했다.

이 책은 속초시외버스터미널 뒷골목의 '환골탈태기'이기도 하다. 한때 최고의 번화가였던 곳이 사람들이 떠나 어두운 공간이 됐고, 속초의 매력에 반한 외지 청년들의 시각에서 핫플레이스로 다시 태어난 과정이다. 소호259 게스트하우스는 오래된 은광 여인숙을 재해석한 곳이고, 문화공간인 고구마쌀롱은 고구마쌀집을 되살린 곳이다. 이승아 대표는 “햇빛이 마당의 중간을 비추고 있는 걸 본 순간 '여기다!' 싶었다”고 기억했다. 책의 절반은 창업기, 나머지 절반은 동명동 사람들의 이야기다. 특히 골목길 재생 사업을 추진 중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도시의 매력은 어떻게 창조되는가=21세기 최고의 자산은 매력이다. 매력은 자신감이자 설득력이다. 도시의 매력을 창출하는 것은 도시의 존립을 좌우한다. 강릉에서 복합문화공간인 파도살롱을 운영 중인 최지백 대표는 강릉의 매력을 만드는 15명의 로컬 크리에이터에게 주목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 '강릉 뉴 브랜드, 브랜드 뉴 강릉(참깨 刊)'을 출간했다.

1920년대 양조장을 수제맥주집으로 바꾸고 강릉의 지명과 농산물로 맥주를 만드는 '버드나무 브루어리',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센터 강원지부를 유치할 정도로 당찬 김소영 캘리그래퍼가 세운 '글씨당', 커뮤니티 공간인 '포남포남'과 독립책방인 '깨북' 등의 스토리도 있다. 붐비는 지하철의 쇳덩어리 소리 대신 새소리를 들으며 살고 싶어 서울 생활을 접고 강릉으로 온 김예지 디자이너의 '저녁 스튜디오'와 할아버지의 한옥을 전원생활 체험공간으로 가꾼 송지혜 대표의 '르꼬따쥬'의 이야기도 담겼다.

■새로움을 생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밀레니얼 세대들이 강원도에 정착하며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염승식 브로큰하츠클럽 대표가 펴낸 '이렇게 살아도 됩니다(바른북스 刊)'는 '이렇게 강원도에서 새로운 사업을 해도 됩니다'를 보여주는 책이다. 서울 홍대 문화권에서 일해 온, 강원도와 연고도 없는 염 대표는 서핑에 빠져 양양을 오가며 강원살이에 관심을 갖게 된다. 주문진, 양양에서 살아보며 정착지를 고민하다가 우연히 강릉역 앞 낡은 여인숙 건물을 보고 사업 아이디어를 얻는다. 서울살이에 지친 관광객들이 머물며 강릉에서 서핑, 요가, 명상 등을 즐길 리트릿 프로그램(오롯이, 나)을 운영하기로 한 것. 염 대표가 만든 것은 '강릉을 누리는 새로운 방식'이다. 이는 수도권의 20~40대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글보다는 사진, 이미지가 더 설득력이 높은 시대다. 진명근 워크룸033 대표는 강릉의 바다를 그래픽 디자인으로 재해석한 '3인의 채집자, 3인의 바다(참깨 刊)'를 펴냈다. 바다색, 하늘색, 모래색을 채집해 제안했다. 김요한 코리아 이미지 대표는 강릉의 사계절과 사람들을 담은 포토 매거진인 로컬스(LOCAL'S)를 출간했다. “강릉이 이런 곳이었어?”라고 놀랄 만한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는 책이다. 이번 저술지원사업으로 책을 출간한 로컬 크리에이터 6명 중 5명이 강릉에서 활동 중이다. 원주, 춘천과 반대로 강릉은 인구 감소가 과제인 지역이다. 인구를 늘려 보기 위해 써 본 모든 정책이 백약이 무효했다면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전국 유일무이한 '창의적인 해법'이 나올지도 모른다.

신하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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